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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징소리

2013-08-30
[문화산책] 징소리
정숙 <시인>

‘들리능게? 저 시간의 수레바꾸 구불리는 소리’. 귀뚜라미가 가을을 끌고 오느라 소란스럽다. 계절은 여름바람을 서늘한 온도로 바꾸면서 징을 치고 있다. 사람의 가슴은 징이고, 시간을 재촉하는 저 소리는 징채여서 휴우! 한숨이 저절로 나오게 하는 것이다.

몇 년 전 내 몸이 징이고 내 말은 징채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참 뿌듯했다. 시창작반 강의 때 “제 강의를 듣는 여러분은 지금 징이고, 제 말은 징채입니다. 그 징소리의 떨림은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요”라고 했을 때 “선생님, 그 말씀 들으니 감동이 소름으로 돋아납니다”라며 답하던 분들이 그리워진다. 그 그리움이 징채가 되어 처용아내의 무딘 가슴을 친다. 가르치는 게 곧 배움의 길 아닐까?

그 당시 쓴 시가 ‘흰 소의 울음징채를 찾아서’이다.

/딸아,/ 네 몸도 마음도 다 징이니라/ 한 번 울 때마다 둔탁한 쉰 소리지만/ 그 날갯죽지엔/ 잠든 귀신도 깨울 수 있는/ 울림의 흰 그늘이 서려 있단다/

참고 참다가 터뜨리는 울음, 한이 은은한 떨림의 징한 징소리로 남는다는 아버지 말씀의 거북징채를 그리는 졸시다.

지금 강원도 만해마을박물관 2층엔 영주 부석사를 ‘선묘의 섬’으로 묘사한 필자의 시가 새겨진 징이 전시되어 있다. 대단한 시인들의 징 23구 가운데 하나여서 송구스럽기도 하다. 이런 사유를 하기까지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 국문학과 김춘수 시인의 그늘에서 시론을 공부하고 국어교사로 재직했지만, 글쓰기엔 자신이 없어 늘 부끄러웠다. 시집살이 15년 뒤 친구와 찾은 곳이 20년 전통의 ‘대구문학아카데미’였다. 고(故) 박주일 시인을 만나 수치심 다 버리고 미련스레 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시는 감동을 주거나 재미라도 있어야 한다”며 역량 있는 시인들을 많이 배출하셨다. 선생님 생전에 시창작반을 필자에게 맡겨 주셔서 효성병원 별관에서 시작한 강의가 벌써 십년을 넘었다. 시는 바로 삶이다. 그 체험의 창조적 묘사를 위해 고정관념을 깨고 사물의 밑뿌리를 꿰뚫어 보는 상상력을 부단히 훈련해야 한다.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렸으니 오는 이 가는 이 다 흙이라 하는구나 두어라 알이 있을지니 흙인 듯이 있거라’ 옛 시조만 믿고 기다린 세월, 얼마나 비겁한 일인가! 시마을, 포엠토피아, 대구문학아카데미 정숙반에서 창조적 삶을 개척한 전국 청향시문학회 회원, 시학교실, 주위의 징과 징채님들께 깊이 머리 조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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