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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량 스님<동화사 박물관장> |
올해는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었다. 내가 사는 절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산속에 있다 하여도 습한 더위는 어느 해보다도 견디기 힘들었다. 이제 그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가을이 다가오는 걸 실감한다.
산사에서 느끼는 계절의 변화는 그 색채가 분명하다. 사계절을 통하여 연출해 내는 산사의 풍광은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고 새로운 깨침의 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계절의 전환점에서 느끼는 자연은 변화무쌍하다. 역동적인 순환의 고리, 그것은 순수한 아름다움이자 지극한 슬픔이다. 수직으로만 상승하던 사물들은 어느덧 수평으로 나직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어느 순간 소멸의 시간을 마주하고 있는 사물들. 한순간도 정지되지 않고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자연의 순리 앞에 우리 인간도 심연으로 드는 시간을 맞이한다. 유년의 시절이 청년기를 지나 어느덧 장년이 되고 노년이 되어 늙어간다. 이렇듯 모든 것은 서로 유기적 관계 속에서 변화를 거듭하며 흘러간다.
모든 존재는 무상하고, 불만족성을 지니며, 자체로서 고정적 실체가 없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사물은 원인과 조건에 의해서 끊임없이 생멸을 거듭한다. 이와 같이 우리는 계절이 변할 때마다 마치 나무가 단풍으로 장엄을 올리듯 마음도 갖가지 빛깔로 채색을 올린다.
연둣빛 봄이 가고 폭염의 여름을 견디노라면 어느덧 가을이 다가온다. 시나브로 가을이 다가오면 만물은 제가 처음 왔던 그 자리로 돌아가기 위하여 낮은 몸으로 자세를 낮춘다. 그리고 마침내 뿌리 근처로 내려가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는다. 사람도 이런 푸르고 깊은 가을날 하염없이 지는 이파리 한 장을 만나기라도 하면 더욱 깊이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가을날, 무상하고 역동적인 계절의 변화는 곧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새로운 발걸음이 되기도 한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조만간 겨울이 오고 더욱 귀가를 서두르는 초목과 짐승들조차 갈무리하는 삶으로 스스로 성장하는 내적인 힘을 비축한다. 이제 우리 모두는 무상한 존재의 실상을 깨닫고, 그 속살을 비집고 더욱 성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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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가을의 길목에서](https://www.yeongnam.com/mnt/file/201309/20130903.01022073639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