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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잠자고 있는 책 거인

2013-09-13
[문화산책] 잠자고 있는 책 거인
제갈선희<대구시립중앙도서관 도서관정책과 담당>

“이 책 좀 찾아줘요. 매번 미안허구만.”

주말마다 아침 일찍 도서관을 방문하는 단골 노신사분의 요청이다. 서너 권의 책 목록이 적힌 메모지를 건네준다. 모두 1970년대에서 90년대에 출간된 책이다. 지하에 있는 보존서고에 내려가서 요술램프 요정 지니가 되어 잠자고 있는 책 거인을 깨운다.

“요즘 나오는 책은 읽기가 힘들어. 예전에 읽던 책이 좋아. 서점에도, 다른 도서관에도 요즘 책밖에 없어서….” 대출한 책을 정갈하게 가방에 넣고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총총히 나가신다.

필자는 나이라는 나이테가 조금씩 늘기 시작하면서 신세대 아이돌이 부르는 노래가 귀에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가끔씩 라디오에서 예전에 즐겨 들었던 노래가 나오면 마음이 편해지고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귀에 익숙한 노래가 좋듯이 책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은 이 노신사분을 만나고 나서부터다. 새 책도 좋지만 오래된 책도 좋다는 혜안을 가지게 된 것이다.

시립중앙도서관에는 매년 2만여권의 신간도서가 들어온다. 매월 한 차례, 새 책이 자료실에 입고된다. 그러나 자료실 공간이 한정돼 있어 기존 서가에 꽂혀 있던 책 중 일부는 새로 들어온 책에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이용률이 낮거나 두 권 이상 중복되거나 오래된 책은 골라서 보존서고로 보내는 작업을 수시로 한다. 이러한 작업과정을 거쳐 보관되고 있는 책은 20만권으로, 4개의 서고에 보관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70년대 이전에 출간된 책은 귀중서로 별도 보관하고 있다. 이 책들은 이용자의 요구가 있을 때 직접 찾아드린다.

몇 년 전부터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층은 줄어드는 반면 60대 이상 노인층이 늘고 있다. 은퇴 후 평소 좋아하던 책을 읽고 즐기기에 도서관만 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읽었던 책을 다시 찾아 읽음으로써 추억의 한 자락을 다시 펼쳐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예전에 좋은 구절이라며 밑줄을 치며 읽었던 책,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 밤을 지새우며 읽었던 책, 지치고 힘들 때 따스한 위로가 되었던 책…. 그 책을 다시 읽고 싶을 때 공공도서관 보존서고에서 잠자고 있는 책 거인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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