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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자

2013-09-26
[문화산책]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자

세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와 아이의 아빠가 둔치로 가는 굴다리를 지나고 있었다. 만화영화의 주인공들이 그려진 벽을 따라가며 아빠가, 어릴 때 담 너머로 친구를 부르듯 ‘호준아~’ 하고 아이를 불렀다. 그러자 ‘네에~’ 하고 대답한 아이가 ‘아빠~’ 하고 불렀고, 이번엔 아빠가 ‘왜~’ 하고 대답했다. 다시 아빠가 ‘호준아~’하고 부르면 아이가 대답하고, 아이가 부르면 아빠가 대답하고…. 두 사람은 천천히 걸으며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유희를 계속했다.

운동하러 가던 중에 본 장면이다. 아이의 얼굴에 즐거움과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아빠에게 사랑을 배우는 아이의 빛나는 눈동자. 그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는 젊은 아빠의 느긋한 걸음은 신천에서 날마다 보는 흔한 장면 중의 하나에 불과했다. 정말 별것 아닌 그 장면에 얼이 빠진 나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내내 듣고 있었다.

사랑한다고 백날 떠들어 봐야 진심이 전달되지 않으면 공허한 울림이 되고 만다. 나름대로 두 아이를 사랑했다고 자신했는데 정말 제대로 사랑해 주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랑은 온화한 가슴으로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인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무책임하고 맹목적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노력해서 제대로 전달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비록 두 아이가 성인이 되어 각자의 세계로 떠나긴 했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이니 어미가 이름을 불러주면 분명히 들을 것이다. 단 1분이었지만 그 젊은 아빠와 아이에게서 큰 것을 배웠다.

한동안 청소년 자살에 가슴 아팠던 적이 있다. 학교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중간기착지에 불과하고, 교실은 강박과 경쟁심만 팽배한 곳으로 전락해, 아이들은 성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에 쫓기고 있다. 꿈을 좇는 인간과 자유로운 이상(理想)이 유물이 되는 사회. 온통 경쟁에 떠밀려 다니는 사회 어느 곳에도 아이들의 도피처가 없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야말로 온 마음으로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줄 때다. 그것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사회적으로 큰 지위를 얻고,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는 자유롭지만, 사랑을 아는 아이는 자유에 더한 행복을 갖게 되니, 이제 온 마음으로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사랑받고 있다는 충만감을 실어줄 때다. 오늘이야말로. 장정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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