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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등에 지고 다니는 집

2013-10-10
[문화산책] 등에 지고 다니는 집

신천에는 물새가 많다. 쇠백로, 청둥오리, 왜가리, 논병아리 등의 다양한 물새 중에는 논병아리처럼 거꾸로 사는 동물도 섞여 있다. 논병아리가 나무늘보처럼 거꾸로 매달려 산다는 말이 아니다. 강에 물이 불어나면 둥지와 함께 떠내려갈지도 모르는 물풀이나 제 등에 둥지를 짓는 아슬아슬한 방식 때문에 얻은 별명이다. 논병아리가 바위틈이나 물이 없는 풀숲을 두고 하필이면 물 위에 집을 짓는 것은, 몸 뒤쪽으로 치우쳐 있는 두 다리 때문이다.

논병아리는 걷는 게 형편없다. 게다가 날개조차 시원치 않아서 잘 날지도 못한다. 강이 말라서 바닥이 드러나면 물을 찾아다니다 무게중심이 기울어져 떼구루루 구르기 일쑤다. 만약 땅 위에 집을 짓는다면 그 시원치 않은 날개와 걸음 때문에 고양이나 들쥐의 습격에 꼼짝없이 당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논병아리는 적이 다가오지 못하게 물에다 집을 짓는다.

‘물 위에 어떻게 집을 지어?’ 그 물음에 대답이라도 해주듯 사진작가인 친구가 사진을 한 장 보여줬다. 그것은 자신의 등에 새끼를 키우는 어미 논병아리의 사진이었다. 어미의 등에서 부리를 벌리고 짹짹거리는 아기논병아리들의 모습이라니. 책으로만 익힌 정보를 사진으로 보며 감동을 받았다. 다소 위태로워 보이지만 논병아리는 자신들에게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아냈다. 짧고 무게중심조차 맞지 않은 다리를 가졌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그 어떤 새보다 빠르고 잠수능력이 뛰어난 수영실력을 익혔다. 논병아리는 그렇게 제 몸에 둥지를 짓는 지혜라도 발휘할 수 있지만, 크고 무거운 몸을 가진 우리는 어떠한가.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느라 두 달 동안 헤맨 기억이 있어서 근래의 전세대란이 예사로 비치지 않는다. 전세가격이 오르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근심이 크다. 적당한 물건이 나오면 연락하겠다는 부동산 직원의 대답을 들어본 사람이면, 결혼은 주택을 구하는 것으로 고난이 시작된다는 걸 충분히 실감했을 것이다.

저금리 때문에 주택 소유자들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며 전셋집의 품귀현상을 더한다. 어쩌다 눈에 띄는 물건이 있어도 집값에 맞먹는 전세가격과 부담스러운 월세가 주저하게 만든다.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멀쩡한 주택을 허물어뜨리고, 중대형아파트만 지어 댈 때 이미 예고된 풍파지만, 핵가족시대에 맞게 소형아파트를 공급하기 전에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여겨진다. 새끼를 등에 얹어서 키우는 논병아리의 지혜가 필요한 시대다.

장정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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