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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소박한 밥상

2013-10-15
[문화산책] 소박한 밥상
무량 스님<동화사 박물관장>

오늘날 ‘밥상’이란 말이 점점 낯설고 아득한 그리움으로 남는다. 식구가 도란도란 모여 정을 나누는 따뜻한 밥상이 그립다. 저녁 밥상머리에서 하루의 얘기를 나누는 평화로운 광경이 점점 보기 어렵다. 이제 밥상은 사라지고 무심하게 놓인 식탁이 있을 뿐. 식탁은 속도를 유지하며 패스트푸드를 쌓아놓고 음식을 기다리는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기에 바쁘다. 마치 자동차 주유구에 투입되는 기름처럼 우리는 다만 속도를 내기 위하여 허기를 입속에 넣을 뿐이다.

밥상은 따뜻하나 식탁은 차갑다. 밥상은 고요하나 식탁은 시끄럽다. 이렇듯 밥상과 식탁은 이질적이다. 전통적인 우리의 밥상을 통해 우리가 지금 잃어가는 소중한 것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다.

밥상에는 은근한 시간이 녹아있다. 옛날 밥상에는 발효의 무던한 시간이 숨쉬고 있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차려내는 서구식 식탁에는 그런 미덕이 있을 수 없다. 간장, 김치, 장아찌 같은 우리의 전통음식에는 발효를 통한 인고의 미학이 스며있다. 우리의 조상들이 차려온 밥상에는 사람의 정이 녹아 서로 나누는 미덕이 있다. 그 좁은 밥상이 얼마나 깊은지 알아야 한다.

혼자만의 식탁에 앉는 사람이 점점 늘어간다. 일본에서는 홀로 식사하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병을 ‘고식병’이라고 부른다. 고독한 식탁에서 음식을 급하게 먹는다. 마치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에 기름을 넣듯이 일상의 관성으로 단지 앞으로만 내달리기 위해 먹는다. 음식이 속도의 입맛을 맞추면서 패스트푸드가 우리의 식탁을 점령한 지 오래다. 그런 음식은 더 이상 우리의 영혼을 담고 육신을 키우는 자양분이 될 수 없다. 각종 화학조미료와 성분조차 알 수 없는 감미료가 첨가된 음식으로 우리의 몸은 이제 독을 퍼담는 그릇이 되고 말았다.

이제 잃어버린 밥상을 되살려야 한다. 불가에서는 발우공양을 통해 청결, 소박,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채식 위주의 식단을 통해 생명존중의 정신을 실천하고, 육식에서 오는 서구적 현대질병을 예방하는 데 훌륭한 대안과 통찰력을 제공한다. 문득 밥상이 그립다. 묵은 된장 같은 느림의 미학이 숨쉬는 뭉근하면서도 자연을 닮은 소박한 밥상이 그립다. 추위가 더하는 계절, 느리나 따뜻한 정이 숨쉬는 밥상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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