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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올레길의 발원지답게 제주도에는 걷기 위해 만들어 놓은 길이 21코스나 된다. 일정이 며칠 안돼 짧은 길 두어 곳을 걷고, 아름다운 천연의 섬 차귀도를 탐사하고 왔다. 나무도 건물도 자동차도 없는 작은 무인도에 억새가 무성하게 날리고 있었다. ‘화산지’라는 특이성 때문에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한 것일 테지만, 제주도 전체가 그렇듯 나지막하면서도 다듬지 않은 소박함에 더하여 여백처럼 곳곳에 땅이 비어 있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또한 자드락길을 나무 울타리 같은 것으로 치장을 하지 않아서 얼마나 좋았는지.
제주도 올레길, 제천 얼음골 생태길, 해인사 소리길, 장흥 편백나무 숲, 팔공산 올레길 등 여러 곳을 다녀보았다. 그중에서 가장 쳐다보기 괴로웠던 곳이 편백나무 숲이었다. 멀쩡한 편백나무를 베어내고 산자락에 펜션과 찜질방을 지어둔 것도 눈에 거슬렸지만 그보다 더 나쁜 건 평탄한 길은 물론이고 산꼭대기에 이르도록 온통 나무로 길을 덮고, 전혀 위험이 따르지 않는 평지까지 볼썽사납게 울타리를 설치한 것이었다. 평지는 그냥 흙길 그대로 내버려 두었어야 했다. 산자락에 그렇게 펜션과 찜질방을 짓고 자동차 길을 내어야 했을까. 최대한 덜 망치고 이용하는 것이 은혜로운 자연에 보답하는 길인데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너무 망쳐놓았다. 길을 내고 개발을 하더라도 제주도처럼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해가며 다듬을 수는 없는지.
자연이 대우주라면 사람은 소우주라고 할 수 있다. 자연과 사람은 너무도 닮아서, 사람은 위로와 안식이 필요할 때마다 자연과 함께 하려는 본능이 있다. 사람은 늙을수록 점차 나무를 닮아간다. 나라 안팎 곳곳마다 둘레길, 올레길, 생태길 등의 자드락길이 예쁘게 다듬어져 있어서 쉽게 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고마운 길에도 나름대로 개성이 있다. 제천 얼음골에는 잡목이 많은 반면 길 끝에 이르도록 계곡의 물소리가 그득하고, 해인사 소리길에는 아름드리 고목이 많고, 제주도 올레길에는 가슴 가득 안겨오는 하늘과 바다가 있다.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걷는 건 일상의 작은 기쁨이고 행복이다. 자연은 인간을 온유하게 만들고 욕심을 버리게 해준다. 마음이 어수선할 때 길을 따라 걷노라면 거기 새가 있고 바람이 있고 말없이 서 있는 나무가 있으니, 거기 한번 가 보자.
장정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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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하늘과 바람, 구름의 길](https://www.yeongnam.com/mnt/file/201310/20131031.01019072803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