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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우물 밖 개구리

2013-11-01
우성문 <TCN대구방송 미디어전략실장>
우성문

사람의 기억력은 간사하다 싶을 정도로 나쁘다.

올여름 더위는 절대로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여름 내내 이야기했지만 어느새 농익은 가을바람의 향기에 밀려 무더위의 기억은 가볍게 날아가 버렸다.

사실 나에게 올여름은 무더위보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만난 요리사 박무현, 과테말라에서 만난 말괄량이 아가씨 류수정과 같은 잊지 못할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기억된다. 이들은 한국을 벗어나 해외에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이 아닌 아프리카와 중남미 같은 낯설고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많은 곳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다.

류수정씨는 대구가톨릭대를 갓 졸업한 후 스페인어 한 마디 할 줄 모르면서 치안이 불안한 나라 과테말라 현지 기업에 취업한 스물세살의 겁 없는 아가씨다.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그녀가 하는 일은 인사관리, 재무관리 등 한국 기업에서는 간부급 이상 직원이 하는 일이다. 한국 기업에 다녔다면 어쩌면 지금도 커피(coffee)와 카피(copy) 담당일지도 모르겠지만, 과테말라의 그녀는 젊은 용기 하나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남아공 레스토랑 평가 1위에 선정된 ‘더 테스크 키친’의 수석 부주방장 박무현. 그는 대구서 경북공고와 영남이공대를 졸업한 후 아시아는 물론 미국, 호주, 유럽에 이어 아프리카까지 5대륙 다양한 나라에서 요리경력을 쌓고 있다. 그는 졸업 전 국내 최고급 호텔에 실습을 갔는데, 지방전문대 출신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좌절감을 맛본 후 곧바로 해외로 눈을 돌렸다. 겨우 서른에 5대륙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본 요리사는 단언컨대 그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자신을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한다. 다만 우물 밖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우물 벽을 타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지방대생 대부분은 지방대 출신이라는 사실이 높은 우물 벽으로 작용한다고 여긴다. 가슴 아프게 동의한다. 하지만 우물 탓만 하기보다는 우물 밖으로 나가려고 노력하는 젊은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도 좁은 우물이기보다 넓은 바다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함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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