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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응답하라

2013-11-14
[문화산책] 응답하라

술 한 잔 하고 돌아온 어느 밤. TV드라마를 보던 아내가 대뜸 물었다. “당신은 1994년을 기억해?” “몰라. 어제 일도 기억 못하는데…. 무슨 일 있었나?” “왜 그때를 기억 못해!” 안방 문을 거칠게 닫고 나가는 아내 뒷모습에 남은 찬바람에 술이 확 깬다. TV에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나오고 있다.

1994년. 그때 아내와 나는 연애를 하고 있었고 대학을 갓 졸업했다. 대학생이라는 보호막이 해제된 후 느꼈던 그 아득함(연애를 하지 않았다면 더 막막했으리라). 무엇을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고, 얼마간의 백수 생활이 이어졌다. 당시 읽었던 어느 책에서 ‘인생은 무언가 이루기엔 너무 짧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엔 너무 길다’는 구절이 절절하게 와 닿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 주인공도 명문대 유망학과에 입학했지만 꿈이 무엇인지 몰라서, 무엇을 잘 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몰라서 고뇌하고 방황한다. 삶의 고뇌는 학력과 스펙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내리는 소나기 같다.

친구가 얼마 전 소포를 보내왔다. 친구의 자전적 내용이 담긴 시집이었다. 제목은 ‘가장 가까운 길은 언제나 곡선이다’. 왜 곡선이 직선보다 가까운가. 지름길 대신 먼 길을 돌아와 봐야 알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마흔 중반에 시집을 낸 친구에게 물었다. “갑자기 왜 시집을?” 친구가 말했다. “신호를 보내고 응답하는 거지.”

나를 잊었을 것 같은 세상을 향해, 일상에 매몰돼 세상으로부터 잊혀가는 나 자신에게 ‘여기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고, 그 신호에 스스로 응답하는 것이라고.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 나에게 혹은 내가 나에게 항상 응답하라고 외치고 있다.

우리의 삶이, 사회가, 시대가 응답하라고 외치고 있건만 외면해온 세월이 만만찮다. 언제쯤 나는 자신있게 나의 삶이 던지는 물음에 당당히 응답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언제쯤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응답해줄 수 있을까. 응답하라. 제발!

우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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