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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의 e메일이 왔다. 아르헨티나에 있는 마리아가 보낸 글이다. 그룹 페이스북에서 마리아가 하고 있는 일, 내가 하고 있는 일, 그때그때 그 친구들의 근황을 서로 나누고 있다. 그때 그 친구들! 지난 여름, 뉴욕 연극치료 워크숍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마리아는 그들 중 한 명이다.
전 세계에서 온 20여명의 참가자들은 다양한 배경과 국적만큼 직업 역시 배우, 교수, 예술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했다. 참가자들은 8개의 서로 다른 모국어를 쓰고 있었고, 연령도 20대에서 60대까지 폭넓었다. 그러나, 연극에 대한 뜨거운 애정만큼은 다르지 않았다.
몇 주간에 걸쳐 하루 종일 진행된 만만치 않은 워크숍이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벅찬 감동과 나눔이 있었다. 어릴 적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 빈부격차로 인한 아픔,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의 인종적 갈등. 이러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를 듣고, 연극으로 표현하며, 깨달음과 위로를 경험했다. 가정에서부터 사회, 지구촌 문제까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연극을 통해서 되돌아볼 수 있었다. 우리는 하루 종일 온몸과 마음으로 배웠고, 열정이 불타는 머리와 가슴으로 여름을 보냈다.
그 여름을 함께 했던 마리아가 메일을 보낸 것이다. 메일은 내년 1월 쿠바에서 연극치료 워크숍을 준비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여름, 뉴욕 거리의 노숙자들, 동성애자, 중동 지역의 내란을 연극으로 표현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함께 호흡했던 친구들에게 다시 한번 모이자고 제안을 하는 것이다.
쿠바에서 쿠바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연극으로 풀어내며 그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자는 것이다. 의사, 간호사 같이 그들의 질병을 고쳐주지는 못하지만, 건축가 같이 그들의 허물어져가는 집을 다시 복구해 줄 수는 없지만, 우리가 가진 연극이라는 작은 기구를 챙겨서 그들을 찾아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연극을 통해 소외되고 아파하는 자들을 위로해 주자는 것이다.
오늘 받은 마리아 편지 덕분에 지난 여름 워크숍 동안, 늘 손에 쥐고 다녔던 나의 작은 수첩을 다시 펼쳐본다.‘겸손히 배우고, 대가없이 나누고, 후회없이 사랑하리라.’ 짧게 메모된 흔적이 나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한다.
정성희<극단 콩나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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