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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 소통 더욱 친숙 기업도 주목 공학에 접목

2013-11-23

[y스페셜] 인문학 열풍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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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중순 칠곡군 왜관읍 금남2리 마을 축제 현장. 이 축제는 인문학을 접목시켜 주민들이 주도한 축제로 호평받았다. <칠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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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구 북성로공구박물관에서 열린 ‘퇴근길 인문학’의 수업현장 모습. <대구미술비평연구회 제공>

대구 동구청은 지난 10월16일 자활근로자 대상의 인문학 아카데미를 열었다. 근본적 성찰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자는 취지였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시작된 인문학 대중화에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관에서 주도하는 지식 습득 차원의 인문학은 물론, 주민 스스로의 삶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인문학 공부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들은 인문학을 공학에 결합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문학 대중화의 중심에 ‘참여’와 ‘소통’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근대골목, 인문학으로 되살리다

대구미술비평연구회는 지난달 29일부터 9일까지 북성로공구박물관 등에서 ‘퇴근길 인문학- 근대와 현대의 만남’을 진행했다. ‘북성로’를 큰 주제로 한 이 인문학 강좌에는 지역에서 활동 중인 교수, 언론인, 조각가 등이 강사로 나서 북성로를 스토리텔링하고 장소의 역사성 등을 알리는 강의를 했다.

이곳 강의에는 지역에서 활동 중인 시민운동가는 물론, 가정주부와 인근에 사는 주민이 몰려들었다. 북성로에 대한 스토리텔링 강의를 들은 한 주민은 “북성로에 수십 년 살았지만 전혀 몰랐던 이야기를 속속 알게 됐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장소에 대해 미술·건축학적으로 알아가는 것이 인문학 아니냐”라고 했다.

이 강좌를 주최한 대구미술비평연구회 김태곤 회장(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은 “학문적 내용을 소재로 하는 인문학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북성로와 그곳에 사는 사람에 대한 사실을 이야기하는 인문학이다. 이러한 일상의 인문학은 향후 이곳 북성로가 대구의 또 다른 근대골목으로 재탄생하는 사업적 계기도 만들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방적 교육에서 수평적 배움으로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스스로 일반인을 가르치는 인문학 공부 모임도 늘어가고 있다. 신득렬 전 계명대 교수(교육학과)가 만든 ‘파이데이아’가 대표적이다. 교육철학자 허친스(1899~1977)의 ‘위대한 책 함께 읽기’ 프로그램에 공감해 1991년 팔공산 일원에 북카페를 열었다.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이 매주 한 번 이곳 멀리 산자락까지 건너와 허친스가 직접 선정한 60권의 위대한 저서를 읽고 있다.

이곳에서 함께 읽는 책은 ‘일리아드’ ‘고도를 기다리며’ 등 이름만 익히 들어 아는 서양 고전. 왜 사람들이 이런 어려운 인문학 공부에 몰리는 것일까. 신득렬 전 교수는 “일주일에 한 30~50쪽씩 읽고 잘 모르거나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을 토론식으로 묻고 답하며 공부한다. 일방적으로 가르치지 않고 선배나 친구처럼 참여를 유도한다”며 “혼자서라면 범접하기 어려운 고전을 함께 모이면 읽어낼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또 상당수 사람들이 한때 TV, 인터넷, 각종 미디어에 의존하면서 기쁨을 얻었지만 그러한 추세가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지자체도 인문학 물결

최근 ‘아이폰 인문학’이란 용어가 생겼다. 일부 선도 기업들이 주도하는 인문학으로,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공학에 인문학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삼성그룹은 올해 상반기 인문학 전공자를 엔지니어로 뽑았다. 또 포스코는 2009년부터 ‘스칼라십’을 운영하고 있다. 기술 파트에 근무하는 직원이 회사에서 지정한 문학·사회·철학 등 과목을 수강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엔 이런 추세에 맞춰 ‘인문학 면접’을 위한 특강까지 개설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지방자치단체도 예외가 아니다. 영주시는 ‘인문학’을 자원으로 도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대표적 지자체다. 한국연구재단이 선정하는 인문도시사업과 인문강좌사업을 추진하는 영주 동양대는 전통선비문화와 현대 인문학의 융합으로 영주시의 도시 브랜드와 성장 동력을 높여가고 있다.

또 칠곡군은 최근 평생학습인문학축제를 개최했다. 이 축제는 주민들이 직접 마을의 인문학적 자원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기획·홍보·진행해 지역 인문학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문학도시조성사업의 하나로 진행한 ‘인문학마을만들기’로 육성되는 9개 마을이 축제에 참여해 마을신문을 만들고 지역주민이 교사가 돼 각종 체험활동을 함께 진행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이번 축제를 마치고 난 뒤 “인문학이란 삶의 가치를 다루는 일이다. 문학이나 역사 또는 철학이 오늘의 밥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계속되는 인생에서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야 하는지는 일깨워 주는 것”이라고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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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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