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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
저는 제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매일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감사 일기를 적으며 하루를 정리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도 함께 감사 일기를 쓰라고 권해봅니다. 그러면 “그다지 감사할 게 없어요” “감사할 일이 생겨야 감사를 하지요”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것 아시나요? 감사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란 사실을.
제가 어렸을 적 마을에는 거지들이 집을 돌며 음식을 구걸했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거지에게 인상 한번 쓰지 않고 밥을 챙겨 음식을 대접하고 나갈 때는 꼭 옷가지를 챙겨주던 마음 착한 분이었습니다.
2002년 따뜻한 봄날, 어머니는 64세의 이른 나이에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습니다. 어머니의 몸은 편마비가 와서 잘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셨습니다. 혀에도 마비가 와서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한 집에 같이 살고 있는 아들인 저의 삶에 불평이 쌓여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엄마도 여느 엄마처럼 건강해서 손자 손녀도 봐주고 요리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하루는 어머니를 목욕시켜드리다가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처음 병원에 입원해 생사도 장담할 수 없었던 그날, 어머니 병상 옆에서 “이대로 살아서 숨만 쉬게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대·소변 다 받아내고 씻기는 것도 다 할 테니 제발 살게만 해주세요”라고 울며 기도하던 저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감사의 마음이 물밀 듯 밀려왔습니다. 어머니가 살아계심이 감사했고, 비록 몸은 아프시지만 돌봄을 통해 아들이 효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그 후부터 힘든 순간이 올 때면 감사의 내용을 찾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저에게 “감사란 발견”이라는 깨달음을 알려주신 어머니는 2008년 따뜻한 계절이 시작되던 3월, 71세의 나이로 처음 오셨던 그곳, 어머니의 고향마을로 돌아가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감사를 이렇게 정의내려 보고 싶습니다. 감사란 이전에 없던 것에서 새로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던 것들에 대한 발견이라고 말입니다. 오늘도 나의 삶 속에 이미 가지고 있는 수많은 감사의 내용을 발견해가며 감사일기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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