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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배우와 이삿짐

2013-11-28

연극하는 사람이라면 용달차 전화번호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 그야말로 단골이니까. 배우가 무대에 서는 것은 용달차에서 시작해서 용달차로 끝나기 때문이다. 오랜 연습을 끝내고 배우가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기 위해 공연장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이때 연습실에서 썼던 소품, 의상에서부터 공연에 필요한 잡다한 물품들을 꼼꼼히 챙겨서 공연장으로 옮겨 가야 한다. 이삿짐을 꾸리는 것이다. 포장이사도 아닌 용달차 이사를 하는 것이다.

공연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이삿짐 꾸리기. 누구 하나 불평하거나 피곤함을 핑계로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이삿짐을 싸는 배우들을 보면, 나의 마음 한 구석은 짠하니 아프다. 공연이 끝나면 모두 다시 가져와야 할 이 짐들을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애절한 연극 사랑을 엿본다.

어디 그뿐이랴. 마지막 공연에는 무대, 조명, 소품 스태프 모두가 대기해 있다. 그리고 무대 밖에는 용달차까지 대기해 있다. 마지막 공연이 끝나자마자 모든 스태프들은 하나가 되어 무대를 흔적도 없이 분해해 용달차에 싣고, 화려했던 조명 역시 꺼지자마자 용달차에 실린다. 연극이 끝난 뒤 배우 얼굴의 분장만이 지워지는 게 아니다. 배우의 의상도 벗겨지고 무대도 부서지고 조명도 걷어진다. 공연의 흔적이라고는 어디 한 군데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맘속에 잔잔한 감흥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연극이 끝난 뒤 허전한 것이다.

나에게도 특별히 애정이 가는 연극이 있다. 그래선지 그 연극의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무대가 사라져가는 과정을 촬영한 적이 있다. 그렇게나 사랑했던 작품이 떠나가는 마지막 순간들, 철저히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다. 그 영상을 보면서 난 이런 생각을 한다. 이런 파괴가 있기에 다시 창조하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고민해서 극작하고 연출했던 사랑하는 연극 무대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그리울 때 문득 찾아가 볼 수 있고 그 무대를 밟을 수 있다면, 어쩌면 작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조차 갖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창조를 위해 파괴해야 하고, 파괴됨으로 다시 창조가 시작되는 것이다.

배우는 늘 이삿짐을 싼다. 어쩌면 이삿짐은 창조와 파괴의 첫 단계가 아닐까 생각된다.

정성희<극단 콩나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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