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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엘살바도르에 다큐멘터리 촬영을 다녀왔다. 중남미 나라 대부분이 그렇듯 중미에서 면적이 가장 작은 이 나라도 축구 열풍이 대단해서 잔디가 있는 곳에는 항상 축구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심지어 과거 이 나라와 온두라스는 축구 국가대항전 경기가 발단이 돼 실제로 군대가 동원된 전쟁까지 치른 적도 있다. 몇 해 전 ‘소년병 이야기’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러 갔던 아프리카 나라나 당시 내전이 진행 중이던 미얀마 어느 반군기지에서도 축구경기가 열려 놀란 적이 있다.
얼마 전 대구FC 김재하 대표이사와 점심식사를 했다. 시즌 개막 즈음했던 약속인데 서로 바쁘다보니 미루기만 하다가 밀린 숙제를 하듯 시즌 마지막에 함께 밥을 먹었다. 시즌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말할 것도 없이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대부분이다. 그의 월급은 100만원. 명색이 프로축구단 대표인데 연습생 수당보다 적다.
대구FC 설립 무렵의 일이 생각난다. 당시 구단 이름을 ‘대구 이글즈’로 했다가 시민들에게 호된 비난을 산 적이 있다. 당시 ‘덕분에 대구 시조가 독수리인 것을 처음 알게 됐다’는 조소도 나왔고, 대구시청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등 홍역 끝에 결국 시민들에 의해 지금의 ‘대구FC’란 이름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구단 이름 하나에 대구의 자존심을 걸었지만 정작 그 이후에 걸린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국내 최초의 시민프로구단을 만든 것까지였다.
우리는 무언가 만드는 일은 쉽게 한다. 몇 사람만 모여도 무언가 조직을 만든다. 직장에서 회식 한 번 하기 위해서도 ‘회식추진위원회’부터 만드는 것처럼. 그러나 회식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면 이상하게도 회식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다. 좋은 식당과 메뉴, 일정을 정하는 것은 ‘그들이 할 일이지 내가 알 바가 아닌 것’이 된다.
개인적으로 수년 전부터 ‘산에 거의 가지 않는 산악회’ 회원으로 속해 있다. 회원도 있고 산악회도 유지되고 있지만 산악회란 이름이 무색하게 산에 가지도 않고 모임이 유명무실해진 것은 항상 수동적이기만 했던 나와 회원의 모임에 대한 태도 때문인 것 같다는 반성을 해본다. 월급 100만원을 받는 김재하 대표가 점심 밥값을 내도록 가만히 있었던 것도 염치 없었던 것 같다.
우성문 <TCN대구방송 미디어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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