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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별일 없이 산다

2013-12-18
우성문 <TCN대구방송 미디어전략실장>
우성문

고교시절 단짝이던 친구가 낸 사진집이 지난 주말 택배로 도착했다. 친구는 ‘선물할 테니 절대로 사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한국의 재발견’이라는 표제의 다큐멘터리 사진집이다.

친구는 시를 쓰고자 문학을 전공했지만 글 대신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됐다. 가정형편도 녹록지 않았지만 불의의 교통사고 등 불운이 겹치면서 해외유학이 좌절된 후 친구는 20년 가까이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눈길 닿는 대로 셔터를 눌렀다. 해외유학이 좌절됐기에 친구는 국내에 남았고, 국내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중 한국의 가장 많고 다양한 모습을 렌즈에 담아낸 몇 안되는 작가로 꼽히게 됐다.

방송 영상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동영상보다 사진 한 장의 힘이 더 크다고 느낄 때가 적지 않다.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아도, 시시콜콜 동영상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사진 한 장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상상하게 하고, 느끼게 한다. 강렬한 시 한 구절처럼.

하지만 많은 사람은 강렬함만 생각한다. 단 하나의 장면, 단 한 구절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이 있었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은 너무 지겹고 진실은 너무 고단하다. 하지만 이 현실을 딛지 않고서야.

유명한 동화 ‘파랑새’에서 주인공은 가까운 곳에 있는 파랑새를 두고 멀리 있는 파랑새만이 행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믿고 먼 길을 떠난다. 이처럼 먼 곳의 행복만 몽상할 뿐 현실에 관심이 없는 증상을 두고 ‘파랑새 증후군’이라 한다. 우리 사회는 갈수록 파랑새 증후군을 키우고 있는 것 같다.

요즘 대학가의 ‘안녕들 하십니까?’란 대자보가 화제다. 참 오랜만에 대학가에서 울림이 있는 대자보가 나왔다고도 하고, 이조차도 불순하다고 하는 이도 있다. 글쎄 나는 과연 안녕한가? 마침 라디오에선 장기하란 가수가 부른 ‘별일 없이 산다’란 노래가 나온다.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부럽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별일 없이 살 수 있다니. 아니, 부끄럽다. 나 역시 별일 없이 사는 것 같아서. 아마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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