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정성희 <극단 콩나물 대표> |
한 해가 가기 전 겨울 풍경을 담은 카페에 앉아 반가운 얼굴과 따뜻한 담소를 나누고 싶다. 우리 극단은 올해부터 카페에서 연극을 하기 시작했다. 극장 무대로 관객을 초대하는 대신, 일상 속 공간인 카페로 연극이 찾아가는 것이다. 연극이라는 예술과의 만남을 통해 카페를 감동과 공감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요즘 카페는 일상과 밀접한 공간이 돼 동네슈퍼처럼 동네 모퉁이마다 하나쯤 들어서 있다. 다양한 카페의 간판만큼이나 카페 안의 사람과 그들의 대화 또한 제각각이다. 그곳에서 개인사를 털어놓기도 하고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또 서로의 가치관을 듣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일을 구상도 한다.
우리 극단 직원들은 지난 여름 파리에서 열렸던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를 다녀왔다. 그때 남부도시 아를에서 반 고흐의 그림 ‘밤의 카페, 테라스’의 배경이 된 그 카페를 다녀왔다. 그곳은 유명 박물관처럼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고흐가 앉았던 자리에서 그가 느꼈을 감성을 상상해 보는 것은 그의 그림을 보는 것만큼이나 생생한 감동을 줬다. 그러고 보면 고흐뿐만이 아니라 많은 예술가, 사상가, 문학가의 쉼터이자 작업실이 바로 카페였다.
2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로마의 ‘카페 그레코’는 괴테에서부터 많은 사상가와 예술가의 작업이 탄생된 곳이다. 파리의 에펠탑보다 더 유명하다는 ‘카페 드 플로르’역시 카뮈의 ‘이방인’이 탈고된 곳이기도 하다. 예술가와 문학가에겐 카페가 창작 공장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들에게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그 이상의 장소였다. 예술가들의 삶의 일부, 아니 전부와도 같은 공간이었다. 자신의 사상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만나는 사람으로부터 깨달음과 배움을 경험하는 장소였다. 사교적 만남과 환담 속에 예술적 영감을 얻는 곳이었다.
공장의 기계소리처럼 카페에는 창작과 지성을 생산하기 위한 만남의 소리가 요란하다. 고흐는 카페 테라스를 그렸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사상과 고뇌의 흔적을 담은 영혼의 공간인 카페를 그렸을지도 모른다. 문학가나 예술가들의 후예도 아닌 우리는 카페에서 만남을 갖는다. 이 카페라는 공간이 새삼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젠 만남을 넘어서 나눔, 배움, 창작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산책] 카페에서 만나다](https://www.yeongnam.com/mnt/file/201312/20131219.01018074457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