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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오후, 도시엔 갑작스러운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당황한 사람들이 소낙비를 피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하나둘씩 몸을 피할 때쯤 젊은 청년 한 명도 건물의 처마 밑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젊은 청년을 포함해 5명이 몸을 다 피했을 쯤 어디선가 나타난 덩치 좋은 사람이 더 이상 여유 공간이 없는 그곳을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그 결과 맨 처음 들어왔던 젊은 청년이 빗속으로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근데 놀라운 건 그 어떤 사람도 맨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을 향해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게 어딨습니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자기들은 비를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 예능 프로그램의 말처럼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이 비 맞은 그들의 머리칼 위에서 김처럼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그 멋쩍은 순간의 정적을 깨고 나이 지긋한 중년의 아저씨가 젊은 청년에게 시쳇말로 한마디 합니다. “젊은이 원래 세상이 다 그런 거네.” 그 말을 듣고 젊은이는 씁쓸히 빗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젊은이가 빗속으로 사라진 다음 다시 세상은 마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잠잠했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다섯 명이 비를 피한 것처럼 그들의 비 피하는 오후의 그 풍경은 자연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던 그때 저 멀리서 젊은 청년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습니다. 순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무서운 상상들이 자라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젊은이의 손에는 5개의 우산이 들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건네준 건 우산과 이 한마디였습니다. “아저씨 원래 세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후 사람들은 우산을 들고 머리에는 물음표 하나씩 갖고 빗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원래 세상이 다 그렇지 뭐. 대충 살다가 적당히 손해 보지 않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사는 거지 뭐.” 하지만 원래 세상은, 원래 사람이란 생명체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다시 돌아가기로 합시다. 내 생명과 행복을 위해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생명과 행복을 위해 우리 같이 살아갑시다.
김순호<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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