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여름밤은 막창 요놈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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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기 전의 홍창. 홍창은 소의 네 번째 위이다. 막창, 소양 등으로도 주당을 헷갈리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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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막창의 홍창. 질긴 듯 꼬들꼬들한 맛이 일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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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막창의 막창. 연탄불이 내 뿜는 화근내가 맛의 원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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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과 쪽파가 주재료인 막창소스. 죽처럼 뻑뻑해도 안되고 물처럼 너무 묽어도 안된다. 적당한 점도 유지가 승부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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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막창의 막창. 지역 막창계의 대부답게 과다한 양념과 소스류에 의존하지 않는다. |
장마철이 곧 도래할 조짐이다.
막창 마니아의 침샘은 벌써 설레기 시작한다. 막창은 대구가 메카이다. 대구 술꾼들을 위해 발명되고 진화가 거듭된 막창. 에디슨의 업적과 거의 맞먹을 정도의 주당들을 위한 발명품이다. 막창구이가 술안주로 각광받는 장점 중 하나는 술 한 잔 곁들이다가 이야기가 길어져 식어도 다시 익히면 다른 고기처럼 뻣뻣함이 없고 노골해진 상태에서 먹을 수가 있다는 점이다. 골목 곳곳에서 막창의 향연이 밤마다 펼쳐진다.
막창은 살코기보다 칼슘 함량이 높고 고단백·저콜레스테롤 식품이다. 어린이 성장부진이나 골다공증·골연화증 예방에 탁월하다. 또한 분해작용이 뛰어나 위벽보호·알코올 분해·소화촉진에도 효과가 있다.
막창의 시초는 대구 남구 대명동 성당시장 건너편 남산초등학교로 넘어가는 작은 버스가 다니는 ‘합승도로’ 초입의 ‘황금막창’이다. 1970년대초 간판도 없이 쇠고기 부산물과 함께 곱창찌개와 술을 파는 선술집이었다. 막창을 처음에는 프라이팬에 구워 팔다가 기름도 빠지지 않고 느끼한 맛이 많아 지금의 연탄불에 구워 된장소스를 곁들여 술안주로 내었다. 막창을 연탄불에 구워 안줏감으로 낸다는 것은 대단한 발상의 전환 이었다. 이때부터 새로운 요리법의 막창구이가 술안주로 탄생하게 된다.
이때는 소의 항문에서 40㎝ 쯤에 있는 부위로 ‘큰 창자의 끝부분’이라 ‘막창’이라 명명했다. 일명 ‘기름 막창’이다. 소 한마리에 200~400g 정도, 워낙 적은 양이 나와 가격이 만만치는 않았다. 허름한 집이지만 기관장이나 지역유지 금융기관 등 잘나가던 손님이 대부분이었다.
이어 75년 막창이 변신을 한다. 반월당 ‘복주막창’에서 소의 네 번째 위인 ‘홍창’을 막창으로 팔기 시작 했다. 이어 중구 내당동 새길 시장 인근 ‘삼일막창’, 수성구 범어동 ‘동봉’. 수성구 상동의 ‘상동막창’ 등으로 번지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요즘은 젊은층 사이에 소막창보다는 돼지막창을 더 선호한다. 소막창보다 가격도 저렴하지만 소막창보다는 덜 질기고 고소함이 일품이라 많이 찾는다. 돼지막창은 87년쯤 내당동 농산물 공판장 인근에서 처음으로 팔기 시작했다. 돼지막창은 소막창과는 달리 돼지 창자의 소창·대창·막창순으로 이루어져 있는 한부분이다. 창자의 마지막 부분으로 항문까지의 직장부위를 말한다. 돼지 한 마리에 250~300g 정도 소량이 생산된다. 기름기가 적고 식감이 차지고 쫄깃쫄깃하다. 막창 맛이 거기서 거기 같지만 원료의 종류·손질방법·숙성의 노하우·집집마다 다른 소스·굽는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음식칼럼니스트
◆ 황금 막창(남구 대명3동 1724-6/053-654-5034)
최초로 막창을 술안주로 개발한 곳
집에서 담근 재래식 된장 소스로 써
최초로 막창을 술안주로 개발한 사장님이 지금도 직접 장만하고 서비스 하는 곳이다. 도톰할 정도로 두껍고 기름이 적당히 붙어 있는 소의 큰창자의 끝부분을 초벌구이 해서 내면 테이블에서 연탄불에 한 점 한 점 익혀 먹는다. 질긴 듯하지만 구수함이 일품이다. 된장소스는 집에서 담근 재래식 된장으로 만든다. 콤콤해 옛날 맛이다. 80년대초 지금 이 자리로 옮겼지만 맛이나 분위기는 40여 년 전 그대로다. 지금도 60~70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신사들이 추억의 맛을 보기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영업시간 오후 6시~밤 9시. 휴무는 없고 주차는 자체)
◆ 복주막창(중구 남산1동 911-5/053-422-5821)
분홍색 띠는 ‘홍창’ 씹을수록 고소
기름막창보다 기름 적어 담백한 맛
75년 요정이나 고급요리점에서만 양구이와 곁들여 내는 소의 네 번째 위인 홍창을 대중적으로 알린 곳이다. 지금이야 숯불에 굽지만 연탄불에 구워낸 최초의 집이다. 아기 볼처럼 매끈하고 분홍색을 띠고 있어 ‘홍창’이라 한다. 초벌해서 낸다. 질긴 듯 연한 꼬들꼬들한 저작감이 좋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달콤한 육즙을 쏟아낸다. 기름 막창보다는 기름이 적어 담백하다. 지금도 테이블 몇 개에 김성운·채자선 부부가 운영한다. (영업시간은 오후 4시30분~밤 11시. 휴무는 매주 일요일.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
◆ 동봉(수성구 범어동 901-8/053-751-3668)
천연허브·약초로 숙성시켜 잡내 없어
숯불에 살짝 익힌 ‘주먹시’ 육즙 풍부
홍창을 참숯불에 굽는다. 천연 허브·약초로 숙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잡내가 전혀 없다. 팔공산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유기농 채소만 쓴다. 막구이도 이 집의 인기 메뉴. 육질의 조직이 섬세하고 기름기가 전혀 없는 주먹시를 깍두기처럼 썰어 숯불에 겉만 익혀 레어(Rare)로 먹는다. 씹을 때마다 육즙을 물컹물컹 쏟아낸다. (영업은 오전 11시30분~밤 11시30분. 휴무는 없고 주차는 인근 간선도로변)
◆ 상동막창(수성구 두산동 795-1/053-782-3457)
된장소스에 잘게 빻아넣은 땅콩 일품
숙성시킨 막창 ‘당일 소비’ 원칙 지켜
홍창인 소막창과 양구이를 세월만큼이나 잘하기로 소문난 집이다. 된장소스에 좀 더 고소함을 더하기 위해 땅콩을 잘게 빻아 넣는 게 특징이다. 숙성기술이 이 집만의 비법이다. 숙성된 막창은 냉동·냉장 보관을 하질 못하고 당일 소비가 원칙이라고 한다. 그만큼 신선하다. 육즙이 그대로 살아 있고 특유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영업은 오후 3시~다음날 오전 5시30분, 휴무는 없고 자체주차장 완비)
◆ 애리조나 막창(수성구 두산동 744-18/053-782-9323)
돼지막창 맛있기로 소문난 집
마무리 식사로 된장찌개 제격
돼지막창이 맛있는 집이다. 탱탱하고 씹히는 맛이 쫄깃쫄깃하다. 익힌다는 느낌보다는 굽는다는 느낌으로 구워 비스킷처럼 바삭바삭하다. 특유의 잡내가 전혀 없다. 감칠맛과 뒷맛의 구수함이 있다. 마무리 식사로 된장찌개를 찾는 사람이 많다. 심심한 국에 가깝다. 술안주로도 좋고 한끼 식사로도 제격이다. (영업은 오후 1시~다음날 오전 4시. 휴무는 없고 주차는 자체)
◆ 마루(본점은 수성구 두산동 684/053-763-3003)
여름밤 금호강 바라보며 ‘막창 삼매경’
바짝 구워 기름기 없애고 먹어도 좋아
마루 동촌점은 건물 뒤쪽으로는 동촌 유원지의 금호강이 흐르고 앞쪽으로는 넓은 주차장에 분수가 있어 요즘 같으면 이 집 어딜 앉아도 널찍하고 시원한 분위기에서 막창을 즐길 수가 있다. 소막창보다는 돼지 생막창를 많이 찾는다.
막창은 숯불에 굽는 정도에 따라 맛을 달리 한다. 바짝 구워 기름기를 모두 제거하고 고소한 맛으로 먹어도 일품이고 약간 구워서 씹히는 맛에 먹어도 좋다. (영업은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 휴무는 업소 주차는 자체)
◆ 장아저씨 행복한 막창(달서구 진천동 42-3/053-644-9192)
타지 않고 노릇노릇 몽글몽글 구워내
계란 프라이 등 넣은 추억의 도시락도
약간은 길고 동그란 돼지막창을 손질하여 한번 삶아 가스불판에 굽는다. 타지 않고 노릇노릇하고 몽글몽글 구워진다. 잡내음이 없다. 장맛이 특이하다. 양은 도시락에 계란 프라이·소시지·멸치·볶음김치를 넣고 흔들어 비벼먹는 추억의 도시락도 별미다. (영업은 오후 2시~다음날 오전 2시. 휴무는 없고 주차는 자체)
◆ 삼일막창(수성구 상동 338-12/053-763-3192/053-762-3192)
서구 내당동 삼일막창 노하우 옮겨놔
연탄불 초벌한 뒤 약한 불에 데워 먹어
40년 역사의 서구 내당동 삼일막창의 노하우를 그대로 옮겨 놓은 집이다. 소의 창자 끝부분인 막창을 연탄불에 초벌한 다음, 테이블에서 식지 않게 약한 불에 데워 먹는다. 소스도 옛날 맛이다. 홍창의 막창도 내는 집이다. 막창의 현재와 과거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반반을 주문해도 된다. 앉자마자 계란프라이와 떡볶이를 내며, 비교적 젊은 남녀가 많이 찾는다. (영업은 오후 5시~다음날 오전 1시. 휴무는 매월 1·3·5째주 월요일. 주차는 자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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