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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전시장도, 강단도 되는 무대

2014-10-08
[문화산책] 전시장도, 강단도 되는 무대

푸른 수채화 물감으로 붓칠한 초원에 하얀 크레파스를 문질러 그린 토끼가 웃고 있다. 달걀 껍데기를 붙인 바위 옆의 놀이터에는 풀로 모래를 발라 미끄럼틀을 그린다. 사인펜으로 그려진 꼬마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네를 타고 있다. 이런 걸 보면 아이들의 표현은 참 순수해서 매력적이다. 여러 재료를 가지고 다양하게 표현해 내는 것이 즐겁고 독특하다는 것을 어린이들은 일찌감치 배운다.

어느 오후 대구의 문화 월간지 편집장과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대화 중에 ‘다양성’이라는 한 단어가 뇌리에 훅하고 들어와 버렸다. 대화에서 중요한 의미로 여겨지지도 않고 있는 이 다양성이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을 온통 헤집어 놨다. 여태 무대와 객석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나에게 경고를 주며 반짝였다.

대화 중 잠시 내 머릿속에서는 후다닥 공연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대부분 무대 안에서 연극은 관객과의 약속에 의해 허구를 진실로 가정해 진행된다. 그 무대라는 공간 안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배우만이 설 수 있으며, 관객은 자의로 올라갈 수 없다.

그러나 다양성이라는 개념을 넣어 상상을 시작해 본다. ‘B사감과 러브레터’라는 현진건의 현대문학을 희곡화하고, 무대 위의 세트는 설치 미술가의 작품으로 구성하며, 벽에는 피카소의 임화(본뜬 그림)를 걸어 놓는다. 그러면 공연이 없는 시간에는 설치미술가의 전시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공연 전에는 인문학 강좌를 열어 한국 근현대사의 교육과 한국가곡, 시낭송 등을 함께 엮으면 작품의 이해도와 더불어 교육효과까지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청소년들에게는 한마디로 다양성이 강한 체험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인접 장르와의 협업은 흔히 있는 작업 형태이지만 각자가 독립적인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작업은 흔하지 않다. 무대가 전시장이 되고 강단이 되고 다시 무대가 되는 그런 공연. 여러 장르의 예술을 한 장소에서 경험한다면 시공간 집약적 예술체험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동안 사각형의 프로시니엄(무대와 객석을 구분하는 액자모양의 건축구조)과 같은 고정관념이 관객과 무대를 갈라놓았다면 이제는 객석을 누비는 배우와 무대에 앉아 있는 관객을 염두에 두고 기획안을 짜봐야겠다.
이완기<대구시립극단 제작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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