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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후회에 대하여

2014-10-22
[문화산책] 후회에 대하여

아직도 가을이다. 인생에 다시 못 올 이번 가을은 마치 시간이 늘어난 것처럼 지루하다. 거리에 낙엽이 떨어져 뒹굴면서 풍경의 채도마저 떨어졌다. 찬바람이 불면서 밝은 낮 또한 서두르며 어두워진다. 거기에 더해 여름을 보내면서부터 시작된 이 정체모를 우울함은 매일 찾아오는 밤처럼 조금씩 길어지고 깊어진다. 가을을 타는가 보다. 말이 살찌는 계절에 왜 나의 마음은 갈라져만 가는가? 아프지만 상처를 들추어 보고 고름을 짜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며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 실수를 지나가려한다. 살면서 천회만회(千悔萬悔)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필자는 어리석고 경솔하여 그런 일들이 많다. 생각도 참 많다. 그래서인지 누구든 같이 있으면 이야기하길 좋아하고 듣는 것 역시 참 좋아한다.

하물며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사람들을 만나면 얼마나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겠는가? 잠시의 시간이 아깝고 조금의 침묵이 어색하지 않던가? 그러다 누구의 마음이 다칠지도 모르는 말장난이 이어지고 살을 찌워 붙이고 하다보면 덜컥 소설이 완성되어버린다. 모두 자기가 살아온 경험에 비추어 또 자기가 보아온 것들이 모두 정의인 양 이리 자르고 저리 붙이고 해서 한 벌의 누더기로 사람을 포장해 버린다. 내가 씹고 뱉어가며 만들어 놓고 누더기라며 못 입는다고 또 내다버린다. 그 누더기로 포장한 이가 그 자리에 없다고 해서 또는 괜스레 고와 보이지 않아서 말이다.

누굴 흉보는 것은 좋은 일이 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왜 아쉬움에 몸서리치고 미안함에 잠을 설치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일까? 용기를 내어 사과의 전화를 했다. 그 이는 자넨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 손이 떨리는데 나중에 운동이나 같이 하자는 그이의 끝인사에 또 한 번 미안함과 후회가 밀려왔다. 가슴이 미어진다. 그래 후회다.

곧 겨울이다. 겨울은 추워 웅크리지만 빨간 스웨터가 어울리는 계절이고 사람들이 호빵처럼 더욱 따뜻해지는 계절이다. 그 하얗고 빨간 계절에는 아주 조금만 후회하고 싶다. 후회의 시간을 다른 더 좋은 것들로 가득 채우고 싶다.
이완기 <대구시립극단 제작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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