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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미라 동굴 벽화나 라스코 동굴 벽화를 인류 최초의 예술작품이라고들 한다. 그 예술적 완성도는 현대인의 눈에도 경이로울 정도다. 그러나 후기 구석기 시대의 호모 사피엔스에게 위대한 예술적 능력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네안데르탈인도 정교한 동굴벽화를 남겼으며,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하빌리스도 도구를 만들면서 예술적인 감각을 발휘했다.
이렇게 예술가 자질을 타고난 인간이 그 능력을 십분 펼치게 된 것은 아마도 죽음을 인식하면서였을 것이다. 도대체 경험될 수 없고 이해불능인 죽음 앞에서 인간은 죽음 뒤에 다른 삶이 계속된다고 믿음으로써 불안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런데 내세나 영생은 지각할 수 없는 관념에 불과한 것. 인간은 춤추고 노래하고 형상을 만들어 그것이 실재한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켜야만 했을 것이다.
아무튼 죽음과 애도는 뿌리 깊은 예술의 주제다. 현대미술에서는 데미안 허스트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포르말린이 담긴 유리 진열장에 상어, 소, 양 등 동물의 사체를 넣어 놓거나, 300년 된 해골에 다이아몬드 8천여개를 박아 넣기도 했다.
개관 1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에서도 데미안 허스트의 ‘매우 비싼 죽음들’을 만날 수 있다. ‘피할 수 없는 진실’이라는 작품은 예의 포르말린 유리 진열장에 날개를 활짝 편 흰 비둘기가 들어있고 그 아래 바닥에는 해골이 놓여있다. 그리고 고딕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보이기도 하고 만화경 무늬처럼 보이기도 하는 작품이 두 점 걸려있다. 매혹적인 색과 아름다운 문양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수백 마리의 나비 날개를 뜯어 붙여놓은 것이다.
직설적이고 충격적인 방식으로 죽음을 보여주는 그는 상업적으로도 대단한 성공을 거둬, 가장 부유한 화가로 꼽히고 있다. 그의 엽기적인 작업 방식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시장에서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하긴 수천 구의 유골이 묻혀 있는 경산 코발트 광산처럼 현실이 허스트의 작품보다 훨씬 엽기적이지 않은가. 또 연구·교육·취미 등을 명분으로 한 불필요한 살생도 흔하지 않은가. 그렇지만 나비날개를 보면서 자꾸 배추흰나비의 꼬물거리는 배가 떠올라서 불편했다. ‘떨어지는 꽃잎/ 나뭇가지로 돌아가네/ 아! 나비로구나’라는 하이쿠를 암송하고, 붙어있는 나비날개가 한순간 화르르 날아가는 상상을 하면서 마음을 중화시킬 수 있었다.
김광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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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데미안 허스트의 나비](https://www.yeongnam.com/mnt/file/201410/20141028.01023074715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