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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미술심리상담 시간이다. 평소에 정서행동장애관심군이었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이다. 먼저, 아이들의 마음을 스트레칭할 겸 가볍게, 그러나 활동 뒤 피드백은 결코 가벼운 게 아닌, 밀가루인형 색칠하기를 했다. 곰돌이처럼 생긴 인형의 테두리를 A4 용지에 그려 주고 “마음대로 색칠하세요”라는 말을 툭 던져준다. 처음에는 인형 안에 그림을 그려도 되냐고 묻기도 하고, 크레파스를 들고 “이것 써도 돼요?” “덧칠해도 되나요?”라고 묻는 바람에 도떼기시장 같다. 구석자리에서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물쭈물 앉아 있는 아이도 있다. 분명히 마음대로 하라고 했는데 저 아이들은 무엇이 두려워서 저토록 많은 질문을 하는 것일까. 무엇이 겁이 나서 손도 못 대는 걸까.
10여 분 질문을 쏟아내거나 옆의 아이들을 힐끗힐끗 살피던 아이들이 어느덧 색칠에만 몰입하기 시작했다. 쓱쓱싹싹 색칠하는 소리만 안마당 비질소리처럼 들려온다. 언제 그랬냐는 듯 젖 먹을 때 힘까지 다해서 색칠한다. 떼쓰느라 밥그릇의 밥알을 퍼내는 아이처럼 금 밖으로까지 색칠이 튀어나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혼신을 다해 색칠을 하는 아이들. 차츰차츰 색칠이 끝나갈 무렵 심장이 빨간 단풍처럼 물들고, 머리가 불사조처럼 벌겋게 이글거린다. 어떤 아이는 가장자리는 비워 두고 테두리만 빨갛게 칠해 놓는다. 전체를 빨갛게 흰 바탕이 보이지 않도록 칠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그렇게 내면을 분출시키고 있었다. 무엇이 아이들을 그토록 분노하게 만들었을까. 자기도 모르게 빨간색 크레파스를 부여잡고 놓지 않는 아이는 입술을 앙다물고 있다.
누구에게나 내면아이는 있다. 아이들은 활동 속에서 내면아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 아이의 내면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갔다는 다섯 살 때로 돌아간다. 어떤 아이는 일곱 살 때 아버지로부터 처음 당한 폭력에 아직도 시달리고 있다. 그런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사회는 현재에 충실하길 바란다. 아버지는 그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는 그 어머니로부터 억압받았던 데로 돌아가보면 거기, 아픈 자신이 있다. 타임머신이 아니더라도 그때의 나로 돌아가서 현재의 내 아이를 들여다봐 주면 좋겠다.황명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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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내면아이](https://www.yeongnam.com/mnt/file/201411/20141118.01023075520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