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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신령스럽지 않은 영봉

2014-11-25
[문화산책] 신령스럽지 않은 영봉

가을 단풍의 끝자락에 월악산을 다녀오게 되었다. 월악산 최고봉이 영봉이라니 신비감에 젖어 산악회버스에 올랐다. 더욱이 덕주사라는 사찰과 마애불이 잘 알려진 산이니 등산의 묘미도 그렇거니와 역사의 한자락도 엮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기도 했다. 또 한 가지, 산세가 매우 험준한 곳으로 소문난 산이 월악산이라니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악! 소리가 날 정도로 험악하지만 군데군데 계단이 많으니 위험하진 않을 겁니다”라는 산행대장 말만 믿고 산의 몸을 스캔하듯 쳐다보고는 조금은 가볍게 산을 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가파른 고개를 40여 분 오르니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보덕암이라는 암자가 나타나 조금 숨돌리게 해주었다. 샘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본격적으로 서너 시간 등반을 하다보니 간간이 철계단이나 목조계단, 돌계단이 바위 위에 얹혀 있어서 바위산을 타는 수고로움이나 위험을 덜어 주는 것 같아 좋았다. 전망이 좋은 곳에는 목조데크가 사람들을 잠시나마 머무르게 해주었다.

드디어 신라 마지막 태자인 마의 태자와 덕주 공주가 관세음보살의 지시대로 찾아냈다는 신령한 봉우리인 영봉 아래 다다랐다. 거대하게 우뚝 솟은 바위봉우리는 말 그대로 신령스러워 보였다. 도저히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봉우리 위에 콩나물 시루처럼 사람들이 소복소복 올라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지금부터 직벽 계단입니다. 조심히 오르세요”라고 한다.

산행대장은 계단이 1천 개라고 했다. 무시무시한 용의 꼬리를 드리운 듯한 계단이 하늘로 치솟아 있는 것을 보고 도저히 오를 자신이 없었다. 절망감도 들고 ‘길 내놓으면 산 버린다’는 말도 떠올랐다. 마의 태자는 망국의 한을 달래고 만백성에 자비를 베풀라는 관세음보살의 뜻에 따라 영봉 아래 덕주사를 짓고 8년 동안이나 마애불을 조각하여 완성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영봉을 향해 난 저 계단은 누구의 뜻인가. 어느덧 신령스러움은 사라지고 기도발도 사라질 것 같은 월악산 영봉은 별 볼 일 없는 동네 야산처럼 다가왔다. 사람의 편익을 위해 산을 헤치고 없는 길을 만드는 곳이 이 산뿐이랴. 나다니엘 호손의 ‘큰바위 얼굴’처럼 멀리서 그리워하며 두 손 모아 간절히 소망을 빌어보는 봉우리 하나쯤 남겨둠은 어떨까?
황명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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