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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명자 <시인> |
내용이나 실속은 그 이름에 걸맞지 않지만 그러한 부류에 속한다고 내세우는 이름이나 지위를 ‘명색’이라 한다. 부끄럽지만 “명색이 시인인데”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때가 더러 있다.
얼마 전, 모 문인단체에서 시집을 펴냈다고 출판기념회 겸 작가 리뷰를 해 준다고 했다. 이왕이면 뜻깊은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작가가 사는 동네 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열어 준다고 했다. 물론 도서관은 대관료를 내고 빌려서 행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내심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저래 도서관 행사장도 보고 점검도 해야겠기에 행사 며칠 전,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서관에 가게 되었다.
밖에는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 또한 문인단체에서 해 준 것이다. 맞은편에는 이것보다 두 배는 넓고 긴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서울의 유명 시인 초청 강연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조금은 기가 죽고 은근히 도분이 나기도 했다.
도서관 내부에 들어오니 층층마다 초청 시인의 얼굴이 도배지처럼 붙어 있었으나 정작 대관 행사를 알리는 안내문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무리 대관을 해서 행사를 한다지만, 초청인사와 급이 얼마나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명색이 시인인데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림을 감출 수가 없었다. 누구는 일년에 두 번이나 돈 주고 모셔오고 누구는 대관료를 주고도 대접 못 받는 꼴이 되었으니 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겠는가.
더욱이 담당자는 대관료에 한해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정해져 있다고 했다. 마이크시설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알아서 하라는 식의 호의 아닌 호의를 보였다. 행사 중에는 담당자의 얼굴도 볼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회원 중 한 분이 마이크며 여러 시설도구를 구해왔기에 망정이지 당일에 낭패를 당할 수도 있을 일이었다. 반면 초청된 그분께는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지역문화를 살리자고 말로만 떠들 게 아니다. 그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 지역에서 해내야 한다. 그 지역에 어떤 문인, 예술가들이 살고 있는지 적어도 도서관이나 문화단체에서는 알아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작은 지원이라도 해주는 것이 지역도서관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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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명색](https://www.yeongnam.com/mnt/file/201412/20141209.01023082030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