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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소록도

2014-12-10
[문화산책] 소록도
노병수 <동구문화재단 대표>

한반도 막내 땅 고흥반도 맨 끝에 ‘녹동항’이 있다. 그 항구에서 잡힐 듯 가까운 곳에 소록도가 있다. 예전에는 배로 갔지만 이제는 다리가 놓였다. 섬 전체를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통치한다. 천혜의 아름다운 섬이지만 곳곳에 천형(天刑)의 한(恨)이 배어있다. 정녕 슬픈 섬이다.

선착장에서 걸어 관사지역을 지나면, 병원과 중앙공원이 나온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미카엘 대천사가 창을 들고 싸우는 모습의 구라탑(救癩塔)이다. ‘한센병은 낫는다’는 탑의 문구가 외려 서럽다. 그 한 켠에는 ‘인환의 거리 문둥이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 시비가 있다.

이런 식으로 둘러보자면 한도 끝도 없다. 병사지대 환자들이 미감아 자녀와 ‘눈으로만’ 만나던 수탄장(愁嘆場), 환자들을 두 번 죽인다는 검시실과 단종실, 세 번 죽인다는 구북리 화장터 등 온 천지가 비탄의 유적지다. 그리고 그 언저리에는 역시 한도 끝도 없는 일화들이 있다.

어느 해였던가. 한 할아버지가 육지의 아들에게 전해달라는 꼬깃꼬깃 접은 봉투에는 평생 모은 큰돈이 들어있었다. 발품을 사서 만난 아들은 돈은 쳐다보지도 않고 내내 통곡만 했다. 그의 아내와 자식들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줄로만 안다고 했다. 거짓 제사도 모신단다.

어느 눈먼 할머니는 열 살의 어린 나이에 어머니 손에 끌려 평양에서 소록도에 왔다. 녹동항에서 모녀가 생이별을 했다. 부두에서 몸부림치던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 다행히 같은 나환자 할아버지와 만나 백년해로를 했다. 구성진 가락의 노래가 타고났다.

마리안느와 마가레트 두 수녀의 얘기도 뺄 수 없다. 스무 살 꽃 같은 나이에 조국 오스트리아에서 소록도에 건너와 평생을 바쳐 봉사를 했다. 나이가 들어 오히려 짐이 될 수 있다며 60년 전 들고 온 낡은 가방 하나만 들고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 그 분들을 두고 누가 봉사활동을 한다고 입을 뗄 수 있을까.

그리움이 자욱한 섬 소록도에는 하얀 사슴이 산다. 늦은 밤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숲길에서 눈처럼 흰 사슴무리를 만나는 행운을 얻으면, 아아 그 신비하고 몽환적인 자태에 할 말을 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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