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41219.010180742290001

영남일보TV

  • 유영하 국회의원 대구시장 출마선언 “대구의 내일을 여는 길, 함께 해주시길...”
  • 경주시 문무대왕면 산불, 재발화 진화… 잔불 정리 지속

[문화산책]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2014-12-19
[문화산책]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이정미<대구경북연구원 박사>

길을 지나다 보면 지역 은행 건물에 붙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나누어야 할 계절을 우리는 겨울이라 부른다.”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치는 겨울, 두 사람이 산길을 걷고 있었다. 매서운 바람과 거친 눈보라를 맞으며 계속 발길을 움직였지만 쉴 곳은 보이지 않는 설국이다. 얼마쯤 가다가 눈 위에 쓰러져 있는 노인 한 명을 발견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우리 이 어른을 데리고 갑시다. 그냥 두면 죽을 겁니다”라고 제의했다. 그러자 다른 한 사람은 화를 내며 “무슨 말입니까? 우리도 죽을지 모르는 판국에 저런 노인네까지 끌고 가다가는 우리 두 사람도 저 모양새가 될 것이오”라며 혼자서 먼저 갔다.

함께 갈 것을 제안한 사람은 노인을 업고 눈보라 속을 헤치며 묵묵히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서로의 몸에서 더운 기운이 뿜어져 나와 차츰 등에 업힌 노인의 의식이 회복되었다.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면서 마침내 마을에 이르자 입구에 한 사내가 꽁꽁 언 채 쓰러져 있었다. 시신을 살펴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바로 앞서가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추울 때는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함께 가라는 이야기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도 있다.

뺨을 스치는 바람이 매섭다. 양극화, 소외, 자살, 무연사회(無緣社會) 등의 문제가 우리 사회를 더욱 얼어붙게 한다.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사건, 사고가 남의 이야기라고 안심할 수 있는 세상이 더는 아니다. “내가 외로울 때 누가 위로해주지? 바로 여러분!”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삶이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살아가면서 넘어지더라도 일으켜 줄 수 있는 이웃이 있어 괜찮아!”라고 자신이 속한 사회를 신뢰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사회일 것이다. 구세군의 종소리가 울리고, 공동모금회의 ‘희망 2015 나눔 캠페인’도 시작됐다. 서로의 체온으로 매서운 추위를 녹여 나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나 혼자 배부르겠다고 먼저 가는 사람이 많은 냉정사회보다 이웃과 함께 가는 사람들이 많은 나눔사회가 되면 좋겠다. 주변을 한번 돌아보자. 겨울은 서로의 체온을 더욱 소중하게 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우리는 겨울을 조금 더 나누어야 할 계절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