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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시대에 ‘곽리자고’란 진졸(津卒)을 겸한 뱃사공이 있었다. 그가 새벽에 일어나 강가에 배를 대는데, 백수 광부(白首狂夫) 하나가 머리를 풀고 술병을 차고 물을 어지럽히며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의 아내가 뒤쫓아 와 한사코 말렸으나 =소용없었다. 결국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여인이 서럽게 울다 가지고 있던 공후를 타며 노래를 불렀는데, 소리가 심히 애달팠다. 노래를 끝낸 여인도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졌다. 자고가 집에 돌아와 그 노래를 아내 여옥에게 전했다. 그러자 여옥이 애가 타서 공후를 내려 소리를 따라했는데, 듣고 울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이 노래를 이웃 아낙 여용이 널리 퍼뜨렸으니, 그 곡이 바로 ‘공후인’이다. 가사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황조가와 더불어 우리나라 최초의 서정시이기도 하다. 원전을 밝히자면 해동역사에 이런저런 언급이 있고, 가사는 악부시집에 채록되었다.
오늘날 ‘공무도하(公無渡河) 공경도하(公竟渡河) 타하이사(墮河而死) 당내공하(當奈公何)’라는 가사 전문은 전하지만, 곡조는 찾을 길이 없다. 얼마나 아름다운 노래였을까. 그 생각이 든 가수 이상은이 그녀의 6집 음반으로 ‘공무도하가’를 불러 대한민국 100대 명반 중 10위에 올랐다.
최근 진모영 감독의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무서운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제목이 바로 공후인의 첫 대목을 우리말로 쓴 것이다. ‘워낭소리’의 각종 기록은 깨진 지가 오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특급 화제작 ‘인터스텔라’마저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굳혔다.
시류에 편승 잘하는 언론이 이 영화에 온갖 찬사와 미사여구를 다 동원했으니, 덩달아 윤똑똑이 노릇을 할 생각은 없다. ‘진정한 사랑의 완성’이니,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호들갑을 떨 생각도 없다. ‘시대정신이 변방으로 옮겨가고 있다’니 이 무슨 말장난인가 싶기까지 하다.
긴긴 세월 한결같은 순애보를 펼친 노부부는 눈물겹다. 장난기 심한 천진난만한 할배, 커플룩 한복만 고집하는 할매, 모두 정겹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해리(解離)가 세상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어도, 죽음 앞에서도 버릴 수 없었던 사랑을 완성했다 할 수 있을까. 괜스레 생트집이다. 노병수<동구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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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공후인](https://www.yeongnam.com/mnt/file/201412/20141224.01023075336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