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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당선소감] 이선우

2015-01-01

걷고 걸었던 통학길, 나의 책이고 친구

[단편소설 당선소감] 이선우
이선우

지방 어느 카페에서 여고동창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당선소식을 받았다.

친구들의 축하를 받는 동안에도, 하룻밤을 보낸 지금도 잘못 연락했노라, 걷어 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두려웠다. 꽤 오랜 기간 응모와 무소식이 반복된 까닭일 것이다. 응모한 사실조차 잊겠다, 다짐했지만 허사였다.

모든 일상사 끝자락에서 응모한 소설이 끌려나와 괴롭혔다. 당선소감을 쓰면서 비로소 볼 위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나 자신을 품고 격려하는, 진통을 겪으며 태어날 미래의 내 소설을 위한 눈물이었다. 또 뿌연 시야를 뚫고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이 곁으로 다가왔다.

오늘 밤은 빈농으로 살다 간 부모님 생각으로 하얗게 지새우게 될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반복된 일상의 언저리에서 작고 큰 일을 소설로 풀어내는 것은 멀고도 험한 일이다. 그때마다 내 자양분이 되어준 고향의 땅을 떠올리며 써내려갈 것이다.

걷고 걸었던 12년의 통학 길은 내게 책이었고 친구였다. 작은 소나무 숲, 저수지와 끝도 없이 긴 둑, 과수원길, 눈 쌓인 산야, 자연이 피워놓은 야생화와 잡풀들. 나는 그들에게 말을 걸었고 그들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비포장도로의 풀풀 피어오르는 먼지 사이로 신기루 같은 아지랑이도 나의 벗이었다. 이제야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작고 초라한 능력이지만 그들을 품고 멀리 갈 것이다.

먼저 부족함이 많은 제 소설을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해주신 영남일보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깊이 인사드린다. 소설 입문에 함께 계셨던 이원섭 선생님, 조동선 선생님, 끝까지 가는 자가 이기는 것이라 성실함을 일깨워주신 이순원 선생님, 문학을 가슴으로 품게 해 주신 양진채 선생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내일처럼 기뻐해준 새얼 식구들, 부디 앞으로도 질책과 응원의 말로 소설 쓰면서 두려움과 막막함이 찾아올 때 외롭지 않게 함께해주길 부탁드린다.

먼 곳에서 또는 가까운 곳에서 지켜봐주고 격려해주시던 나를 아는 이들이 있어 용기를 내 소설을 썼다. 그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더욱 깊은 소설로 보답하겠다.

짧지 않은 기간 지켜봐주고 격려해준 남편과 가족, 친지들께 지면을 통해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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