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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 정월 한낮의 맑은 바람은 봄이 벌써 저만치 소리 내서 찾아온 듯하다. 차가운 바람 따라 풍경도 흔들리고 내 마음에 풍경소리도 울린다. 가슴 한 편에 오랜 세월 동안 빛바랜 풍경 하나가 바람결에 몸을 맡긴 채 댕그랑 댕그랑 소리 내며 잠든 나의 영혼을 일깨워준다.
풍경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누구나 학창 시절 수학여행의 들뜬 기억이나 달콤한 추억 한 자락쯤은 묻고 있을 불국사에 다다랐다. 오랜 고찰의 처마위로 고풍스러운 멋이 어우러져 천년을 들어도 좋은 소리가 고즈넉한 산사 숲에 마음의 여유를 선물한다.
훌쩍 나이가 든 내 자신의 모습만큼이나 많이 변한 풍경을 앞에 두고 더듬더듬 옛 기억의 조각을 맞춰 나가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는 옛 추억이 자리를 가득 채우게 된다. 이렇게 묘한 여운이 남는 풍경소리가 아름답다.
불국사의 경내로 접어들어 걷다보면 어느 피안의 세계로 접어든 듯한 착각에 빠지면서 어느새 마음은 평온해진다. 사찰 특유의 서정적 분위기가 연출해 내는 마음의 안정은 종교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을 이곳으로 이끈다. 사색과 함께 하다보면 불국사의 가장 멋진 작품이라고 할 만한 건축을 볼 수 있다. 극락전으로 오르는 연화교와 칠보교는 그 모양과 규모가 다르지만 전혀 불균형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불국사의 큰 아름다움 속에 이런 작은 불균형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백운교와 청운교 아래를 지지하는 아치형의 모양에는 각각의 돌이 서로 조임새 역할을 하며 계단을 지탱하고 있다. 계단 위에 어떠한 힘을 가해도 버틸 수가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건축의 기법도 훌륭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채 만들어졌다는 게 더욱 신기하다.
우리의 인생도 이런 것이 아닐까. 불균형 속에서도 자연스러움을 찾고 이러한 개개인이 서로 조임새 역할을 해 인생을 지탱할 수 있다. 돌아올 봄에는 벚꽃이 멋들어지게 흩날릴 것이다. 아마 다가올 봄이 주는 보석 같은 꽃잎은 불국사와 함께 매일매일 새로운 또 하나의 작품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봄의 풍경소리는 활기찰 것이며, 각자 활기찬 마음의 풍경소리를 한번 만들어보는게 어떨까.
이금순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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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풍경소리](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1/20150105.01023081418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