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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수석말석

2015-01-06
[문화산책] 수석말석

부모님께서는 제가 스무살 때부터 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끊었습니다. 아버지 연세가 되니 돈을 물려 받은 친구들이 제대로 살고 계신 분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많이 놀라셨답니다. 그래서 자식에게 돈을 물려주기 전에 돈을 쓰는 법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결정을 했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으신가봐요”하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사실 저희 가족은 밥 먹으면서 손을 들고 순서를 정해서 이야기를 해야 할 만큼 화목합니다. 그런 부모님이 항상 하는 말씀이 ‘수석말석(首席末席)’입니다.

수석말석이란 “내가 사장이다”하고 직원들을 누르려고 할때 직원은 “아이고, 그래 니가 사장이다”하면서 말석으로 생각할 것이고, 밑에서 직원을 진심으로 섬길 때 진정한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런 사자성어가 있는지 부모님이 만든 말씀인지 잘 모르지만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서 너무나 당연한 말이 돼 버렸습니다.

그래서인지 40년 가까이 사업을 해 온 아버지는 지금도 회사에 들어서면서 직원들에게 일일이 90도로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직원을 부를 때 직함에 상관없이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아버지가 아는 가장 극존칭의 호칭이 선생님이어서 그렇게 부른답니다.

몇해 전 겁도 없이 저는 부모님 회사의 경쟁업체(?)를 창업하고 회사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아버님은 전통 장류 관련 사업을 합니다.

얼마 전 새로 온 직원이 저보고 “제가 무슨 과목을 가르치나요? 맨날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70년 가까이 살면서 선생님이라는 소리 처음 들어봤어요. 기분은 좋네요”라고 하십니다. 돈을 물려주지 않는다고 맨날 볼멘소리를 했는데 부모님이 제게 주신 건 돈보다 훨씬 중요한 거란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땅콩이니 마카다미아니 하는 것 때문에 많은 분이 속상해 하는 요즘, 농담처럼 던지는 부모님의 수석말석의 중요함을 새삼 느낍니다. 어깨가 뻐근한 것이, 그런 부모님의 딸로 사는 것의 무게가 느껴지는 하루입니다.
윤지영 <알알이푸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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