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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명희 <화가·갤러리위즈아츠 대표> |
어김없이 대문 밖을 나서면 자연스레 내 차로 가서 시동을 걸고 여러 가지 볼일을 보러 나간다. 이런 나의 모습이 일상이 되었고,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을 차를 몰고 다니면서 가볍게 왔다 갔다 하는 편이다. 운전한 햇수를 따져보니 25년이 넘어선 것 같다. 이렇게 운전을 하면서 나름대로 인생의 가르침을 몇 가지 얻었다.
첫째는 판단의 정확성이다. 이는 집에서 출발해 고속도로를 거쳐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해야 할 경우, 몇 차례 분기점을 통과해야 지름길로 갈 수가 있다는 것이다. 뻔히 잘 알고 있으면서도 방심하고 음악에 취하거나 친구들과 얘기하는 바람에 다른 방향으로 가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그럴 때마다 참 곤욕을 치르면서 “이것이 나의 인생이었다면 정말 아찔하다. 운전이어서 참 다행”이라고 느낀다.
둘째는 전체적인 조화이다. 출근시간, 차가 길게 줄을 서있는 도로 위에서 끼어들려고 하는 차에 양보하다 보면 연이은 양보가 나도 모르게 생기게 되는 경우이다. 그렇게 되면 내 뒤에 줄지어 있는 차의 운전자들에게 미안해지게 된다. 전체적인 조화를 위해서는 적당한 양보와 배려가 오히려 건강하고 밝은 거리와 사회를 만드는 것 같다.
셋째는 인내심과 겸손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거센 비바람이 치는 날이나 달리는 차를 살펴가며 운전할 것, 빵빵거리는 경적 소리로 마음이 요동치지 않을 것. 방어운전, 조심하고 정규속도 지키기. 이런 단순한 원칙을 뻔히 알면서도 운전을 좀 오래하면 대부분 자만심으로 인해 사고가 잦아진다.
이렇듯 매일 차와 함께 시작하는 하루는 여러 가지 인생의 의미를 느끼게 한다. 대학 시절, 막연한 미래에 궁금증이 일어 동생과 함께 재미 삼아 철학관에 간 적이 있다. 할아버지께서는 여러 가지 얘기를 하시다가 그중에서 운전을 배우라고 했다. “운전을 잘할 수 있으니 꼭 운전을 배우세요. 전국을 잘 다닐 겁니다.”
당시 겁이 많은 나에게는 참 어이없는 말이라고 생각됐다. “저는 무서움이 많아요. 못해요.”
“아뇨, 아주 운전을 잘할 수 있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몇 번이나 힘을 주어 말해주시던 그때 그 할아버지가 문득 생각이 난다. “할아버지, 저 운전 잘 하고 다녀요. 인생도 잘 살고 있고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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