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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금순 <한국미술협회 이사> |
예로부터 서예는 그 사람의 인격과 품격을 표현해주는 인간 성찰의 예술로 알려져 있다. 작가의 사상과 미적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으로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동양의 전통예술이다. 많은 사람은 붓을 잡는 순간 편안하고 고른 숨을 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것이 바로 예술영역이 주는 휴식이다.
모든 것이 예전보다 풍요로워진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휴식이란 측면에서는 예전보다 못한 상황에 처해진 듯하다. 문화적인 휴식에서도 이런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인들은 화려하고 자극적인 대중문화에 빠져 진정한 문화휴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이 시대에 정서를 순화하고 정신의 풍요를 가져오게 하는 서예로 문화적 휴식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여겨진다.
서예는 정신적 메시지를 명확하고 바르게 전해준다. 단순히 문자를 이용한 예술이라기보다는 인격도야의 수단이 되어 힘들었던 정신을 쉬게 해주고 생활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준다. 먹을 갈고 붓을 움직여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마음을 정화시켜주며 중용을 깨우치도록 도와준다.
서예는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았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서예를 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적게는 몇십분, 길게는 몇시간 동안 먹을 간다. 또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수많은 연습을 해야 한다. 쓰는 동안에도 정자세로 올바른 방법으로 붓을 잡고 글을 써야 한다. 이 과정에서 딴생각을 조금이라도 하고 집중하지 않으면 글씨가 흐트러지기 쉽다. 이런 과정과 시행착오를 통해 글씨를 정성스럽게 써나감으로써 좋은 작품이 완성되는데 인생 또한 이렇게 살아야 하는게 아닐까.
서예를 통해 인내를 가지고 성실하고 바르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내 인생의 멋진 작품을 쓰기 위해 집중하고 노력한 만큼 그 가치는 헛되지 않는다. 물론 글자를 쓰다 보면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빨리 쓰게 되고 속되게 써질 때도 있다. 이것 역시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삶의 반경을 거닐며 미래로 다가가라고 가르쳐 준다. 맑은 물에 붓을 깨끗이 씻는 것처럼 마음의 때를 씻어내고 바른 자세로 은은한 묵향에 취해 글을 써나감으로써 새로운 삶의 기쁨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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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묵향의 뜨락 1](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2/20150202.01023080045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