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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명희 <화가·갤러리위즈아츠 대표> |
설날이 점점 다가오니 달력을 보고 또 보고 날짜를 세면서 빠뜨린 것이 없나 자꾸만 체크하게 된다. 제사음식은 몇 년 전부터 그나마 대행업소에 맡겨 짐을 덜게 되어 다행이지만, 대청소를 해야 하는 부담감에 크게 하지도 않으면서 날마다 정신적으로 조금씩 피폐해져간다. 그래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어릴 적 명절에는 미리 어머님이 시장에 가서 예쁜 새 옷이랑 신발을 사오셨다. 그 옷을 한 번씩 입어보고 거울 앞에서 동생이랑 행복하게 웃곤 했다. 설 되기 전에 몇 번이나 입어보면서 손꼽아 기다렸다가 새해 아침에 그 옷을 입고 큰집에 가서 세배를 올리면 용돈까지 생기니 행복한 명절의 추억으로 떠오른다. 이제 어른이 된 지도 한참 지났고 익숙해질 법한데 여전히 나에게 있어서 명절은 부담스럽고 달갑지 않다.
언젠가 지인을 만난 적이 있다. “오늘이 어머니 제삿날이에요.” “그래요? 그러면 빨리 가보셔야겠네요.” “아뇨, 괜찮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선 한평생 제사 때문에 고생하셔서 돌아가실 때 유언으로 제사를 지내지 말고 우리끼리 만나서 차 마시며 고인의 추억을 나누라고 하셨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 대화를 하면서 의아스럽고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은 집안에 제사 지낼 사람이 없고 자녀 간에 말썽의 소지가 많아서 제사를 아예 지내지 않는 걸로 정했다고도 한다. ‘그럴 수도 있구나. 내가 죽어서도 자식이 제사 때문에 힘들어한다면 나도 차라리 제사를 지내지 말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명절날 차례를 위하여 시장과 마트를 수없이 왔다갔다 했다. 그런 후에 또 직접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라도 빠지면 안되니 명절에는 더욱 신중하고 차분하게 2주 전부터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러던 중 제사음식 대행업소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별로일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믿고 맡길 만했다. 덕분에 시간도 아끼게 되었고 내 일을 더 충실히 할 수 있게 되어서 한결 수월해졌다. 주위 반응도 괜찮아서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시대가 변하면서 생각과 사고의 틀이 많이 바뀌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집안의 아내가 즐거워야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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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명절 차례문화](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2/20150213.01016073906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