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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설가이자 사회개혁운동가인 업턴 싱클레어는 그의 탁월한 저서 ‘힘의 예술’에서 원시인 오기에 의해 탄생하는 예술을 얘기한다. 그에 의하면 지루한 긴 폭풍우 속에서 동굴에 갇혀 춥고 배고픔을 견뎌야 했던 원시인 오기가 불타다 남은 막대기로 끄적거려 본 들소그림이 살아 뛰어나오며 예술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이어가 보면, 오기는 자기가 그린 바닥그림에서 씩씩거리며 튀어나와 들판을 마구 뛰어다니는 들소를 쫓아 다니는 상상을 하며 잠시 배고픔을 잊는다. 하지만 여전히 폭풍우는 계속되고 있다. 오기는 주린 배를 부여잡고 눈을 감는다. 조금 전의 그 환상을 계속 이어보려는 것이다. 눈을 감자 들소는 다시 살아났다. 이글거리는 큰 눈으로 오기를 쳐다보며 날 잡아봐라고 얘기한다. 오기는 창을 들고 달려 나간다. 창에 맞은 들소는 거친 숨을 내쉬며 꼬꾸라진다. 쓰러진 들소를 둘러싸며 함께 발도 맞추며 소리를 지른다. 기쁨의 소리들은 운율을 타고 발 굴림도 리듬을 탄다. 모두들 기쁨의 함성을 지른다.
얼얼하게 얻어맞은 한방 주먹에 정신이 번쩍 든 오기의 눈앞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의 원시인 친구가 둘러앉아있다. 오기는 꿈속의 멋진 사냥에 대해 친구들에게 얘기한다. 예술이 시작되고 있다.
폭풍우는 더욱 거세어지기만 하고 동굴 속 원시인은 모두 오기의 얘기에 넋을 놓고 빠져든다. 오기의 입담은 배고픈 친구들의 입가에 침을 흘리게 한다. 아!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쓰러진 들소의 살을 발라내어 불 위에 익혀 한 점 베어 무는 장면을 침을 튀기며 묘사하는 오기의 표정에서 경외로움마저 느껴진다. 예술가의 오만함처럼. 감탄의 신음. 아!~ 이렇게도 행복할 수 있구나. 이건 우리 모두의 바람이야. 예술로 만날 수 있는 행복이야.
저 비만 그치면 들판의 살찐 들소는 모두 우리 것이 되리라. 하지만 오기가 늘 목 말라 하는 행복한 세상은 예술가 오기의 뻥튀기 과장 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이 간절함 속에 있는 것이니. 바로 저 폭우 속 세상에 있는 것이니.
예술가 오기는 다시 다짐한다. 비록 저 비가 그치고 저 들소가 모두 사라져 없어지더라도 난 들소 사냥의 행복을 꿈꾸며 다시 길을 나설 거야. 그래, 들소를 그리고 노래함이 내 운명이리니….
한전기 <대구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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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들소를 향한 노래](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2/20150225.01023081530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