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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차 한 모금의 명상

2015-03-06
[문화산책] 차 한 모금의 명상
해인 <스님>

우리의 생활공간이 1970년대부터 아파트형 생활공간으로 바뀌면서 그에 맞게 가구배치, 그릇, 침구, 생활소품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생활양식은 서양식으로 변화하였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한국의 미를 상실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로 중독되어 가는 것이다. 확실한 이유 없이 허전함을 느끼다가 우리 꽃, 온돌방, 우리 그릇 등을 만나면 열광하고 지친 마음을 내려 놓는다.

우리는 차와 더불어 신심을 닦고 차수업으로 업(業)을 닦아왔다. 삶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도반이 바로 차이며, 차를 즐기는 차실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마침표는 다화이다. 다화는 정해진 화형(花形)이 없다. 무심코 장독대에서 혹은 뒤뜰에서 한 송이 꽃과 인연을 정하여 꽃이 원하는 곳에 자리 잡게 한다. 손 끝은 기교가 아닌 직관으로 단숨에 마음까지 함께 꽃병 속으로 던져버린다.

다화는 그 화려함과 다양성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찻자리의 조화를 위해 극히 필요한 부분만 사용하는 절제의 미학이다. 서양의 꽃꽂이는 면과 형태, 색채의 조화에 중점을 둔 산문이라고 한다면, 다화는 선과 여백에 중점을 둔 시다. 다화는 시어를 아끼고 아껴 구구절절한 사연을 하나의 상징적 언어로 섬뜩하리만큼 비약한다. ‘일물일어(一物一語)’가 ‘하나의 사물에 오직 하나의 언어가 주인’이듯이 다화의 ‘일지일화(一枝一花)’는 하나의 가지와 꽃을 남기고 나머지 부분은 인연을 접어버린다. 스티브 잡스의 ‘미친 듯이 단순화하라’는 명언의 원조다.

어차피 인생은 선택의 예술이다. 선택이란 내가 원하는 것을 극명히 아는 것이다. 일지일화의 다화는 큰 하나를 남기기 위해 떠나보낸 이파리의 목숨까지도 짊어져야 하기에 여리면서도 한없이 무거움을 느낀다. 넘치기보다는 언제나 모자라는, 그래서 더 넉넉한 수행자의 비극적 아름다움이다.

자식과 남편을 위대한 인물로 키워내고도 정작 그들의 뒤에 가려 스스로를 숨겨두었던 여인이여! 누군가의 딸로 태어나서 아내로 머물다가 마침내 어미로서의 헌신적 생애를 마치고 죽어간 이 땅의 여인들에게 차공양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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