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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요즘 사랑받는 TV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사랑이가 대답했다. 파이터 추성훈씨가 딸 사랑이에게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만세가 좋아?”라고 물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사랑이는 만세를 선택했다.
사랑이의 거침없는 표현에 나는 절로 웃음이 났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것, 즉 우리의 감정을 조형언어로 정확하게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느덧 우리에게 이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게 된 것 같다.
갤러리에서 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그들에게 그림에 대한 느낌을 물으면 대부분이 “저는 그림을 잘 몰라요”라고 대답한다. 사랑이처럼 좋다, 싫다는 한 단어라도 좋다. 그림을 통해 느끼는 감정에는 정답이 없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그저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이 느끼고 상상하는 대로 가식없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우리는 그런 날 것의 모습에 공감하고 감동받고 심지어 눈물까지 흘린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아는 지식으로 끼워맞추는 것이 아니라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연스럽게 보고 느끼고 상상하고 함께 빠져드는 것이다. 그림은 우리의 감정의 거울이다. 내가 기쁜지 슬픈지 화가 났는지를 인지하게 도와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날개를 달아준다.
지난 겨울 뭉크 전시회에서의 일이다. ‘절규’를 보고 있을 때 한 엄마가 아들에게 “천억원에 팔린 그림이야”라고 말하며 휙 지나갔다. 멋진 노을이 진 길 한복판에서 저 사람은 무엇 때문에 갑자기 해골처럼 새파랗게 질릴 만큼의 공포를 느끼고 있을까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데, 그 엄마와 아이는 바람같이 사라졌다. ‘절규’는 노르웨이 예술가 에드바르 뭉크가 해질녘 친구 둘과 함께 길을 걸어 가다가 느낀 우울함과 피로감 그리고 두려움을 그린 그림이다. 그에게 문득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던 것 같다. 순간 그림속 비명을 지르는 사람이 나인 것 같은 상상이 되어 소름이 돋고 가슴까지 서늘해졌다.
“천억원에 팔린 그림이야”라는 설명보다 “너도 그림 속의 사람처럼 공포나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있니”라고 물어봤더라면 어땠을까. 엄마는 상상력을 잃어버렸을지라도 그 아이는 자신의 느낌을 생각하고 상상력을 확장해 볼 기회를 가져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잊지 않게 되지 않았을까.최지혜 <아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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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그림은 상상하게 한다](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3/20150317.01025075548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