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광동 <상주귀농귀촌정보센터 운영위원> |
언니가 태어난 병원을 지나치면서 둘째 아이가 뜬금없이 보챈다. 자기가 태어난 병원도 한번 가보자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난 병원, 그곳이 고향이라는 느낌을 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문득 누군가가 나에게 “고향은?”하고 물어온다면 설명이 제법 길다. 태어난 곳, 자란 곳, 생활하는 곳…. “저는 태어나 바로 가족이 대구로 이사해 지금껏 대구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 고향은 ○○인데 성묘나 벌초하러 갑니다. 최근엔 어머니 뵈러 산소에 갑니다.” 그러면서 작은 소리로 “나의 고향은 ○○이고 싶어요”라고 한다. 그런데 나에게 ○○는 별다른 기억도 연고도 없다. 고령의 친척들은 돌아가시고, 자녀들은 도시에서 생활한다. 못난 소나무와 함께 묘소들만 그곳 ○○에 있다.
2014년 우리나라 도시인구 비율은 91%를 넘는다. 아이들은 물론 청장년세대까지도 도시가 고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원승합차들이 속도 경쟁을 하고, 밤늦게 불 켜진 상가 치맥집이며 도시는 농촌보다 늘 환하다. 백야처럼 밤이 어둡지 않아서 걱정이다. 마트엔 먹거리가 넘치고, PC방과 노래방이 있고, 아이들 놀이터도 곳곳에 있고, CCTV도 늘어나고 도시는 그래서 더욱 고향이 아닌 것 같다.
고향은 도시와 농촌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왠지 고향은 농사짓는 땅과 별이 초롱초롱한 밤하늘의 이미지와 닮았다. 그렇게 농촌과 고향은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그림을 닮았다. 요즘 고향을 코스프레하는 도시민이 늘어난다. 아파트 분양광고에도 등장하는 텃밭 가꾸기, 주말 농장 등 도시농업이 유행이다. 유기농 먹거리를 찾던 웰빙을 넘어서서 자연속에서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아 힐링하는 노력을 고향 농촌에서 시도한다. 아이들 정서교육을 위해 다양한 체험학습도 함께한다. 그렇게들 고향 농촌을 추억하고 이상향이 된 고향 농촌을 찾는다.
고향 농촌은 도시와 경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고향 농촌은 도시민이 철새처럼 찾아가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간의 무관심을 원망하지도 않고, 찾아준 이들에게 소주병에 담은 기름이며, 신문지에 싼 푸성귀며 그득한 보따리를 쥐어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안아서 회복시켜준다.
고향에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떠올리면 늘 웃음이 머금어지는 그런 고향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봄날 아이들과 함께 꽃들 활짝 핀 농촌 고향을 찾아가자. 도시 너를 위해 농촌은 늘 그렇게 기다린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산책] 고향이 어디신지?](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4/20150413.01023075828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