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여정 <시인> |
1990년대에 일어난 인터넷혁명은 정보통신 방식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생활방식과 그 의식마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꾸어 놓았다. 그로 인해 오늘날 우리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이끌려 국적도 시공도 불분명한 인터넷이라는 전자공간의 영향과 지배를 받으며 살아간다.
이원의 시집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에는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시인의 말’이 있다. 중세철학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아우구스티누스와 근대철학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데카르트의 명제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패러디한 이 말을 통해 시인은 신(神)도, 인간도, 중세도, 근대도, 믿음도, 사유도 그리고 일상도 모두 정보화되어버린 디지털세계로의 첫발을 기계적 감각으로 내딛는지도 모른다.
시인에 의해 인터넷은 ‘몽골리안 루트’로 비유되고 있다. 단숨에 세계를 정복하고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가졌던 몽골제국처럼 인터넷도 세계의 국경을 허물고 시공의 경계를 없애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수많은 영역을 정복해 대제국을 이루어가고 있다.
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보면, 무향의 인터넷을 클릭하면서 새벽부터 웹서핑을 하는 화자가 있다. 클릭, 전자신문에 갇힌 세계의 면면을 읽다가 클릭, 미세전극이 흐르는 유리관을 팔의 신경조직에 이식시켜 몸에서 나오는 무선신호를 컴퓨터가 받는다는 12면 기사를 본다. 클릭, 인류 최초의 로봇인간을 꿈꾸는 케빈 워웍의 웹사이트를 방문하고 클릭, 화자는 잠시 ‘나도 누가 세팅해놓은 프로그램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계속 클릭, 클릭, 나는 시집 뒷부분에 수록된 ‘사이보그’ 연작을 읽는다.
‘사이보그’에는 인터넷제국의 정보화식민정책과 같은 ‘프로그램’ ‘데이터’ ‘매뉴얼’이라는 부제들이 달려있다. 나는 스마트폰에 의해 대제국의 꿈이 훨씬 더 빨리 이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데 터치, 내 몸에서 나오는 생체리듬신호를 스마트폰이 받는다. ‘나도 이제 사이보그입니까’ 터치, 누군가 앱을 통해 정보화되어버린 나를 받는다.
터치, 나는 프로그램, 데이터, 매뉴얼에 의해 전자사막화가 진행되는 현장에서 ‘이젠 여기도 전자사막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계속 터치, 터치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산책] 전자 사막화](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4/20150415.01023075913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