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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밥이 하늘이다

2015-04-17
해인 <스님>
해인 <스님>

밥 한 그릇에는 온 우주의 수고가 깃들어 있다. 88번의 손길을 준 농부의 정성과 농토에 흘린 일곱 근의 피땀이 배어있다. 우리는 쌀 한 톨 앞에 경건해진다. 한 그릇의 밥은 내 덕행으로는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다. 오늘 한 끼 공양이 내일의 내 모습을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어떻게 먹고 마시고 회향할 것인가에 따라 체질과 정서와 성격이 달라진다. 불자들은 공양할 때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곳, 도를 이루신 곳, 법을 설하신 곳, 열반에 드신 곳을 늘 생각한다. 성지가 의미하는 깊은 뜻을 새긴다.

몸은 깨달음을 향해 정진하는 법당이며, 예배당이다. 모든 생명은 명(命)과 식(食)을 함께 받아서 태어난다. 명이 남아있더라도 식복이 다하면 저 세상으로 가야한다. 몸이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많이 먹으면 피가 탁해지고 비만이 된다.

비만은 자신에게 휘두르는 폭력이다. 과식이나 폭식은 목숨을 손상시키며 느린 죽음의 진행형이다. 병으로부터의 탈출구는 식탐을 버리고 내 몸에 꼭 필요한 음식을 취해서, 제때에 적당한 양만 먹는 것이다. 최소한의 음식을 섭취하는 소식은 나의 음식을 줄여 천지에 베푸는 음덕을 쌓는 일이다. 신선한 채소로 이루어진 채식은 짐승과 물고기를 참으로 방생하는 것이 아닐까.

음식을 만드는 일은 수행이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식재료의 불성을 온전히 살려 재료와 일심동체가 되어야 음식에 기운이 담긴다. 모든 식재료는 인고의 세월을 거쳐서 나를 위해서 목숨을 내어놓고 음식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요즘 주방에서 TV를 보면서 음식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음식은 칼맛, 중국음식은 불맛, 한국음식은 손맛이라고 한다.

손맛은 조리하는 사람의 마음이 미묘한 맛을 낸다는 뜻이다. 음식은 정신을 기르는 근본이기 때문에 열량이나 성분도 중요하지만 음식에 깃든 기운이 정갈해야 한다.

사찰에서는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 화내는 마음이 일어날 때, 마음이 분주할 때는 공양간 출입을 금한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복을 짓되, 복을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그래야 밥을 먹는 이나, 밥을 베푼 이, 그리고 밥이 다 함께 거룩해진다. 품위있게 밥을 먹어야 우리의 삶의 터전도 맑아진다. 정성을 다해 밥상을 차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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