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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카페의 목적

2015-05-19
[문화산책] 카페의 목적
이동섭 <예술인문학자>

프랑스 파리는 카페의 천국이다. 100년 넘은 개성 강한 카페들이 도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카페 레듀마고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로 대표되는 지식인들의 집합지였다. 아직도 샤갈과 피카소가 드나들던 시절의 아르데코 실내장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라쿠폴, 헤밍웨이의 소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의 이야기 대부분이 펼쳐지는 라 클로즈리 데 릴라는 ‘위대한 개츠비’의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골 카페이기도 했다. 여기에 골목길의 작은 카페 등이 어우러져 파리의 매력을 만든다.

프랑스어에서 카페는 커피(에스프레소)이지만 커피를 비롯해 맥주나 와인, 샴페인 등을 마시고 샌드위치나 오믈렛 등 허기를 가볍게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의 명칭이기도 하다. 파리 유학시절 나는 카페를 주로 공간으로 이용했다. 그곳에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책을 읽고, 논문과 원고의 대부분을 썼다. 외국어의 소음 속에서 편안히 내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공간을 이용하는 대가로 커피를 마시고 샌드위치를 먹은 셈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학자 미셸 푸코는 공간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다. 한 공간에 하나의 목적으로만 소비되는 곳을 유토피아, 다목적으로 쓰이는 곳을 헤테로토피아로 구별했다. 내게 카페는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이었다. 근대 이후 유럽의 카페는 대체로 그러했기 때문에 지금의 카페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커피는 4조원대의 소주시장을 이미 넘어섰다. 커피 공화국이라 불러도 될 만큼 커피는 한국인의 일상에서 중요한 음료가 되었다. ‘다방커피’가 사라지고 ‘아메리카노’가 커피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카페를 어떤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대부분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책을 읽거나,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하거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나는 혼자 멍하게 앉아 있는다.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시간을 흘려 보내며 시간의 여백을 즐긴다. 이때 스마트폰은 반드시 비행모드로 둔다. 그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 현대인들은 잠자는 시간 외에는 스스로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길거리 가득한 카페를 도심 속 정원이나 조용한 예배당처럼 사용하면 어떨까? 헬스클럽에서 몸을 가꾸듯 마음을 챙겨보기에 카페는 분명 좋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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