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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마을협의회에 회의가 있어 참석하였다. 회의 진행 중에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푸념 섞인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얼마 전에 우리 학교 학생 30명이 뮤지컬을 준비하고 강당에서 공연을 했어요. 작품은 상당히 좋았는데 관객이 학생의 부모님들뿐이라 조금 아쉬웠어요. 다른 곳에서 자랑 좀 하고 싶은데 마땅한 기회가 없네요.” 필자의 수첩에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재능기부 ○○초등학교 뮤지컬 팀’이라고 적혔다.
‘기부’란 단어는 여태껏 어려운 이웃에게 돈을 기부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만 인식돼 왔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기부에 대한 인식도 바뀌면서 새로운 기부 형태인 ‘재능기부’가 주목받게 되었다. 재능기부란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전문 능력을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새로운 기부의 패러다임이다.
하루에만도 수백 명이 이용하는 공공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커뮤니티 중심으로 다양한 전문가들의 강좌와 강연, 화가나 작가와 같은 예술가들의 작품전시, 각종 단체의 공연 등 다양한 재능기부활동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장소 중 하나다.
재능기부라 하여 남들이 할 수 없는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수성구 용학도서관만 하더라도 영어를 좋아하는 중학생 한 친구는 주말마다 아이들에게 영어책 읽어주기를, 그저 아이를 좋아하는 어머님 한 분은 다문화 가정 엄마가 수업을 받는 동안 아이들과 놀아주기를, 옛 이야기를 많이 알고 계신 할머니는 “옛날 옛날에 호랑이 한 마리가 살았는데…”로 시작하는 재미난 이야기로 아이들을 유혹한다.
최근 도서관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재능을 가진 ‘사람’ 자체를 빌려주어 그 사람의 인생 이야기와 재능에 대한 노하우 등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사람도서관을 서비스한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인생 이야기와 삶의 경험조차 재능기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 속담처럼, 나에게는 대단하지 않거나 특별하지 않은 재능과 경험이 이를 필요로 하는 이웃들과 나눌 때 한층 더 가치 있는 보배가 될 것이다. 오늘, 사람을 나누는 도서관 문을 두드려보는 것은 어떨까?최창익 <용학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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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사람을 나누는 도서관](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5/20150520.01023080822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