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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무엇으로 존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얼마 전 지인이 나에게 이렇게 질문을 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작가가 되었는데 대체 예술을 시작할 용기는 어떻게 내게 됐어요?”
내가 불혹의 나이를 넘기며 미술작가가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나다움을 발견하고 싶어서, 그리고 또 하나는 자유로워지고 싶어서였다. 세상 모든 일에는 다 그 나름의 규칙이 있다. 그리고 그 규칙에 자신을 맞출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름다움’에는 규칙도 기준도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저마다의 관점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 없고, 심지어 시공간을 초월하여 그 생명력을 가진다.
미술을 한다는 것은 이런 아름다움을 알고 표현하는 것이다. 미술을 하는 작가로 산다는 것은 세상의 어떠한 현상에서도 아름다움을 찾고, 그것을 자기도 알고 남도 알도록 드러내며 사는 일이다.
중국의 화가 스타오(石濤 ·1642~1707)는 일찍이 ‘석도화론’에서 ‘본래는 정해진 법이 없다’는 의미의 ‘태고무법(太古無法)’을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편견과 분별없이‘본래’로 사는 일은 작가로 사는 일이며, 작가는 자신만의 시각에 충실히 집중해 아름다운 것을 찾아 세상에 내어놓고 있는 것이다. ‘각양각색’ ‘다양’ ‘초월’ 등 모든 것을 수용할 만한 말들은 세상에 넘치지만, 이미 그것은 ‘말은 쉽지만 실재할 수 없는 이상적인 말’이 된 지 오래다.
그런 세상에서 작가로 산다는 것은 잃어버린 이상을 되찾는 일이며, 매 순간 이상이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느 선사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가르침을 내어놓기 전부터 이미 작가들은 그것을 저마다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었다. 누가 그것을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무던히 그것을 해오고 있었다. 50년 작업한 작가가 이제 막 작업을 시작한 작가에게 가르칠 것도 없고, 이제 막 작업을 시작한 작가도 작업에 있어서는 50년 된 작가에게 배울 것이 없다.
작업의 시작은 남들과 다른 ‘내’가 있음을 아는 데서 비롯되고, 작가는 제각각 그 자신이 최고인 것이다. 작가 사이에는 선배도 후배도 없이 모든 것이 소통의 관계로서 평등하며,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편견 없이 자연스럽다. 그러니, 작가가 있는 곳은 천연 색색으로 어우러짐이 있는 곳이다.
손노리 <시각소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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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미술작가로 사는 일](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5/20150528.01023080751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