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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향기가 마치 아카시아 향인 듯 느껴지던 것이 얼마 전이다. 지인 중에 양봉을 하는 분이 있다. 아카시아꽃이 지면서 돌아와 들려준 채밀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벌지기들은 봄이 되면 아카시아꽃이 피는 곳을 따라 벌통을 싣고 이동한다. 그는 이동 채밀을 할 때 꽃을 따라가기는 했으나 실제로는 벌의 움직임을 중요하게 살폈다고 한다. 벌은 먹이를 가지고 돌아오면 집안에서 춤을 추어 다른 일벌들에게 먹이가 있는 곳의 방향과 거리를 가르쳐주기 때문이라는 것.
“온 산에 아카시아꽃이 하얗게 만발해 있었어. 근데 벌통 내부의 벌 움직임을 보니까 춤추는 벌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더라고. 그래서 ‘얘들이 왜 이러지? 아, 여기서는 꿀을 많이 얻지는 못하겠구나’ 싶어서 바로 다음 계획해둔 지역으로 이동했지. 보통 양봉은 그런 식으로 몇 번을 이동을 하는데 이동시기의 결정이 매우 중요해. 그것이 그해 채밀의 성과를 좌우하기도 하지.”
그는 그렇게 함으로써 좀 더 많은 벌꿀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태어나는 순간 우리가 할 줄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할 줄 아는 것이 없으니 살기도 어렵다. 살기 위해서 배운다. 배우면 할 줄 아는 것이 생기고, 할 줄 알면 살아갈 수 있다. 배우면서 우리는 자신이 몰랐다는 것을 알고, 동시에 새로운 앎을 얻게 된다. 앎은 곧 행동과 연결되고, 그렇게 삶이 형성된다. 앎과 행동이 곧 자신이 되고 삶이 되고 사회가 되고 세상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때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여러 가지 경우를 겪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 판단 기준은 이후 저마다의 삶을 형성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중요’ 여부의 기준은 무엇일까. 대부분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일 중에도 중요한 것이 있다. 예술작업 또한 마찬가지다. 전통 혹은 역사를 통해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한 근거나 타당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전통이나 역사는 어찌 보면 보편타당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우리를 존재하게 하고 인식하게 하는 도구이며, 행위의 이유가 되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예술가는 그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안 된다.
전통과 역사를 딛고 있으나 그것 안에서만 근거를 찾으려 한다면, 뭣 하러 창작이라는 말을 내세우는 예술가가 되려고 하는가.손노리 <시각소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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