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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익 <범어도서관 사서> |
“우리 애가 초등학생인데 초등학생이 읽으면 좋은 책은 어떤 거죠?”
사서라는 직업을 가지고 도서관에서건 일상생활에서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참 난감하다. 좋은 책에 대한 기준이 너무 애매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위로와 감동을 준 좋은 책이 누군가에게는 내용이 너무 어렵거나 지루해 독서 욕구를 떨어뜨리는 책이 될 수도 있다. 부모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히고 싶은 것은 이해하지만 오히려 추천을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들의 요구를 잘 분석해보면 좋은 책이라는 기준이 아이들의 개개인의 독서능력과 성향, 환경에 맞춰져 있기보다는 아이들의 현재 학년과 나이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초등학생이 읽는 소설’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소설’ ‘고등학생이 꼭 읽어야 할 소설’이 있는 서가로 안내하면 고맙다는 말과 함께 서너 권의 책을 뽑아 대출해 간다. 부모들은 만족하고 대출해 간 책을 아이들이 받아들고는 과연 재미있게 읽고 위로와 감동을 받아 좋은 책이라 느낄지 늘 의문이 들었다.
작년 즈음 한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분과 대화를 나눴다. 책을 좋아해서 도서관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벌써 5년이 된 베테랑 봉사자였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책 읽어주기’ 봉사활동을 한창 하고 있을 때, 군대 간 아들의 책 읽을 거리 좀 보내달라는 부탁에 최근 산 책이 그림책 밖에 없어 그림책을 보내주었단다. 하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이딴 그림책 애들이나 보지 누가 보냐고 했던 부대 사람들도 어느새 하나둘 그림책에 빠져들어 따뜻한 글과 그림을 보고는 감동받아 눈물을 흘리는 후임, 이 책 무척 갖고 싶은데 이거 가져가면 안 되겠냐는 고참, 빨리 다른 책을 더 달라는 동기들까지…. 결국에는 그림책만 한 상자를 더 부쳐야만 했단다.
군대라는 고립된 환경 속에서 고독감을 느끼는 그들에게 좋은 책은 수백 페이지로 빼곡히 적힌 베스트셀러 소설이나 자기계발서 따위가 아닌 몇 페이지밖에, 몇 자밖에 안 되는 글이지만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그림책이었다. 좋은 책이란 읽고 난 후에 느끼는 것이지 나이와 학년에 맞춰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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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좋은 책](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6/20150610.01023073015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