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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음식의 시대다. 텔레비전에서는 하루 종일 셰프들이 요리를 하고, 연예인들은 매일 새로운 맛집에서 탐스럽게 먹는다. 프로그램에서 레시피를 공개하고 있지만, 그것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핵심이 아니다. 스마트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춰졌던 욕망이 음식을 통해서 표출되는 듯 보인다. 화면 속 음식을 보며, 우리가 느끼는 허기의 본질은 무엇일까.
유행은 웹툰과 개인방송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요리법을 가르쳐주던 고상한 교양에서 ‘1박2일’ ‘삼시세끼’ 등 예능으로 넘어오면서, 음식은 TV를 보글보글 끓였고 사람들은 몰려 들었다. 예전에는 벌칙이나 이벤트의 양념으로 요리가 등장했다면, 지금은 음식과 조리과정이 주인공이다. 특히 ‘냉장고를 부탁해’는 연예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는 재미, 15분 안에 정해진 주제에 따라 스포츠 경기처럼 저마다 캐릭터가 확실한 셰프들의 요리 대결이 버무려지면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남이 요리하고 먹는 걸 보면 배가 고파야 되는데, 그렇지는 않다. 왜냐면 시청자의 몸의 허기보다 마음의 허기를 더욱 자극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대는 SNS세대의 시대다. SNS가 작동하는 핵심 기제는 자랑과 부러움이다. 내가 게시물을 올리면, 너희들은 어서 ‘좋아요’를 누르며 나를 부러워 해야 한다. 나의 자랑은 남의 부러움을 기대하고, 남의 자랑을 나는 부러워 하며 시샘한다. 고픈 배는 참아도 아픈 배는 못 참는 것이 현대인이다. SNS에서 충족되지 못한 부러움과 경쟁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곧 열등감이 되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자기 계발과 노력으로 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 즉각적인 치유제가 필요했다. 그것이 음식이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강아지와 고양이는 불안하면 먹는다. 인간도 그렇다. 포만감은 만족감으로 불안을 잠재우기 때문이다. 아픈 배를 부른 배로 잊는다. 따라서 지금의 쿡방과 먹방 열풍은 현대인들에게 드리운 불안에 대한 상쇄 작용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배가 아픈 이유가 있었을까. 모든 욕망은 시선의 욕망이고, 시선은 사회적이다. 자기의 욕망이 무엇인지 모를 때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던 자크 라캉의 통찰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즉 SNS를 줄일 때 현대인의 불안도 덩달아 사그라들지 않을까.
이동섭 <예술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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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불안과 냉장고](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6/20150616.01025084141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