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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나’를 몰라도 되는 세상

2015-06-18
[문화산책] ‘나’를 몰라도 되는 세상
손노리 <시각소통작가>

우리는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자아성찰’ ‘자각’ 같은 것은 더더욱 생각할 필요가 없다. 애써 궁리할 필요 없이 검색만 하면 다 알게 된다.

나는 얼마나 착한 사람일까, 나의 숨겨진 비밀은, 나를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 내 묘비에 적힐 문구는,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신체 부위는, 나는 몇 살처럼 행동하나, 나에게 어울리는 자동차는, 내가 평생 벌 수 있는 돈은, 나는 사람을 얼마나 믿을까 등 우리 자신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답이 SNS를 통해 끝없이 퍼지고 있다.

관련 사이트에서 궁금한 질문을 클릭하여 내 정보 몇 가지를 적어 넣으면 짧고 간단한, 나에 대한 글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공유’만 클릭하면 누구에게든 그런 나를 알릴 수 있다.

저마다 ‘나’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통해 수많은 이들이 즐거워하며 재미있게 자기를 알아가고 있다. 이런 식으로 상대에 대한 정보도 읽을 수 있으니 타인과의 관계도 좋아진다.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니 이해도 필요 없고 서로를 변화시키려고 애쓰거나 자기를 바꾸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이제 진리를 탐구하고 그것에 비추어 자신을 바라보고, 남과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인내하는 것 따위는 어리석은 일이 되고 있다. 어찌 되었건 우리는 자신에 대한 궁금증만 가지면 금방 그 답을 찾게 된다.

‘나’는 이미 결정된 상태로 태어났으므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어 그에 맞게 살아가면 된다. 꿈을 찾기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나갈 의욕도 낭비인 시대다. ‘자아실현’이라는 말도 빛바랜 구시대적 말 같다.

각자 ‘나’로 살면서도 ‘나’를 몰라도 되는 세상인 것이다. 그러니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물리 법칙을 발견하던 과학자, 고여서 썩은 물을 마시고 다음날 진리를 깨달았다는 선사 같은 인물들은 더 이상 나올 수가 없을 것 같다.

이 모든 것의 시초는 무엇이었을까? 문득 그녀가 떠오른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물었던 동화 ‘백설공주’ 속 왕비가. 어떻든 검색하면 다 찾아낼 수 있는 이런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나의 갈증은 더해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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