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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홍보마케팅 팀장> |
여름 휴가를 앞두고 즐거운 상상에 빠져들다가 문득 지난해 8월을 떠올렸다. 그때 우리는 모처럼 마음 먹고 제주행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태풍 ‘나크리’가 인정사정없이 덤비는 통에 황급히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레 찾아간 곳은 바로 서울이었다. 때마침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간송문화전 2부- 보화각’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서울 간송미술관은 ‘민족 문화유산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일제강점기에 평생을 바쳐 모아온 작품들로 유명한 곳이다. 국보가 10여 점, 보물은 또 그 이상, 그 밖에도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문화사적 가치가 대단한 수집품들이지만, 아무 때나 내키는 대로 찾아볼 수는 없었다. 베일에 싸인 개인박물관이라고 할까. 전시보다는 문화재 보존과 미술사 연구에 매진해왔던 곳이기도 하다.
그나마 1971년부터 매년 5월과 10월에 각각 보름 동안 소장품 전시회를 열어 일반인에게 개방해오고 있었지만, 필자는 멀리 사는 이유로 번번이 때를 놓치고 말았다. 이래저래 서운한 마음만 앙금처럼 남아있던 터에 DDP에서 대규모 특별전을 개최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후다닥 찾아 나섰던 것이다.
전시는 무엇보다 규모 면에서 훌륭했고, 수많은 작품 중 하이라이트는 단연 신윤복의 ‘미인도’였다. 고백하건대 지금껏 ‘미인도’가 그렇게 큰 작품인 줄은 몰랐다. 책에서만 보던 그림을 진품으로 접했을 때의 감동은 항상 기대를 뛰어넘기 마련이다. 그리고 김정희의 글씨, 정선·김홍도·장승업의 그림, 훈민정음해례본에서 국보급 도자기들까지. 가까이만 살았어도 다시 가서 찬찬히 시간을 들여 감상해보고 싶었던 기억이 여태 생생하다.
그렇게 늘 아쉬움과 함께했던 간송미술관이 대구분관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대구관은 간송의 소장품 전시는 물론이고 미술교육 등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렇게 결정되기까지 수고한 분들에게 일단 감사를 드리며, 무엇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온 위대한 수집가에 대해 마음으로나마 깊이 고개를 숙이고 싶다. 위대한 예술가가 그렇듯 위대한 수집가 역시 위대한 정신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은 확실하다.
앞으로 간송미술관 대구관에서 수집가의 정신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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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우리곁에 온 위대한 수집가](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7/20150709.01023080140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