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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부돌 <경주 숲속 휴양의원 원장> |
모든 사람이 겪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 중 생(生)은 태어나는 아이와 산모, 두 주체가 중심이 된다. 지금은 스무 살이 된 아이를 낳을 때 목이 쉬도록 고함을 지르고 다음날 아침, 어젯밤 병원이 떠나가도록 소리친 사람이 누군가 묻는 이야기에 혼자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한국모자보건학회를 만드셨던 박정한 선생님의 권유로 유니세프의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BFHI)으로 지정받은 전국의 병원을 방문하고 분만장소, 제왕절개수술과 자연분만, 모유수유와 인공수유, 모자동실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아기에게 친근하면서도 건강한 분만의 문화를 알려갔다.
20년 선배인 선생님들이 활동하던 1970년대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가족계획이 있던 시대로, 불임수술 후 선물을 받는게 사회분위기였다. 그 당시 모자보건사업을 주도했던, 지금은 작고한 영남대 강복수 선생님은 외아들이었으나 딸 둘만 낳아 모범을 보였다고 한다.
촛불이 아른아른해야 아이가 태어난다던 가정분만은 80년대 전국민 건강보험제도의 정착과 90년대 병원의 증가로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태어날 좋은 시간을 조정하고자 병원에서 제왕절개수술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태어나는 아이가 부모의 따뜻한 눈과 체온을 느끼도록 분만실에 가족이 참여하고, 아기를 엄마의 배 위에 올려두고 탯줄을 끊는 등 산모와 아이를 생각하는 분만 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두 명의 아이에 온 가족의 관심이 모아지고 여성들의 지위 향상으로 사회와 가정에서 출산문화는 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분만 과정에서 이전에는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가 주요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 출산문화의 중심에는 산모가 있다. 출산 전에 미리 몸매관리를 잘하는 산후조리원을 예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 되었다.
산모와 신생아가 가장 안정감을 느끼며 분만하는 환경은 평소 생활하는 집이겠지만 분만과정에서 혹시 생길지 모를 위험과 산후 편의를 고려해 개개인의 공간을 보장하는 병원과 산후조리원에서의 분만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처럼 자연분만과 모유수유, 모자동실이 산모와 아이의 상태에 따라서 적절히 조정되어 제공되는 이런 곳들이 우리 시대의 새롭고도 넉넉한 출산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출산문화에서 태어남의 주체는 바로 산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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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태어남의 주체](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7/20150714.01025081200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