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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석 <극단 예전 예술감독> |
며칠 전 모 일간지에서 맹인화가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충격이었다. 맹인소설가, 맹인음악가도 아니고 맹인화가라니. 그림은 시각예술 아닌가. 그런데 앞을 못 보는 분이 그림을 그리다니 이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사실이었다. 이게 정말 가능할까. 잠시 나의 모든 연극적 상상력을 빌려 눈을 감고 머릿속에서 그분의 삶을 이미지화시켜 보았다. 그러나 금방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마치 가위 눌린 듯 온몸을 짓누르는 답답함에 견딜 수가 없어서였다. 그리고 눈물이 핑 돌았다. 화가였던 그분이 시력을 잃고 나서 좌절을 극복하고 다시 붓을 잡기까지의 그 과정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눈방울은 가만히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예술의 기능 중 하나가 바로 치유와 재활의 기능이다. 음악치료, 미술치료, 연극치료와 같은 예술치료가 인간의 왜곡된 심신의 치유와 재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꼭 치유란 말을 쓰지 않더라도 예술은 근본적으로 인간 심신의 건강을 위한 역할을 고대부터 해왔다. 이런 예술의 원초적인 기능을 특화하여 고도로 복잡해진 현대문명사회에서 역시 고도로 왜곡된 인간의 정신건강을 치유하는 데 더욱 구체적으로 적용시키고 활용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을 못 보는 분의 치유와 재활에까지 예술이 역할을 하다니…. 예술의 그 위대함에 다시 감동 받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자신의 재활을 넘어서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에게 감동을 주고 희망의 불씨를 전한 맹인화가에게 단순히 어려움을 극복한 의지의 인간이란 의미를 넘어 예술의 위대함을 보여준 예술가로서 찬사와 존경을 금할 수 없다.
현대에 와서 예술은 순수예술로, 대중예술로 인간의 삶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바로 치유와 재활의 역할인지 모른다. 특히 도시생활 속에서 군중이 받는 스트레스는 거의 모든 현대인에게 정신병적 증세를 가지게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정신신체증후군에 빠져있는 현대인을 치유하는 데 순수예술의 순수함과 현실을 꿰뚫어보는 작가주의적 정신은 현대인의 정신건강 치유에 순기능을 발휘할 것이다. 아울러 현대에 맞게 개발된 다양한 예술치료방법은 현대인의 정신적, 신체적 질병에 직접적인 치유효과를 발휘하며 정신적, 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들이 사회생활에 적응하고 정상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재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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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예술과 치유](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8/20150807.01017075303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