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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부돌 <경주 숲속휴양의원 원장> |
북으로는 화랑의 수련장으로 김유신 장군이 바위를 칼로 잘랐다는 단석산에서, 남으로는 운문댐으로 흘러들고 태화강의 발원지로서 영남 알프스로 이어지는 수질관리 지역인 산내 골짜기가 작년 말 경주의 힐링장소인 산내 에코존(Eco-Zone)으로 지정받았다.
일본의 국보급 막사발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병마를 극복하는 절제된 생활로 손수 곡기를 끓이고 그릇을 빚으며 가마 불을 때는 옛 신라시대 장인의 모습을 보는 듯한 울산요의 이 선생님, 40년 전 길도 없는 산속에서 부인과 덩그러니 집 한 채를 짓고 씨 뿌려서 소나무만 키우며 불편하지만 인근 도시를 오가며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수채화를 배우는 김 선생님, 경북도로부터 예쁜 이름상을 받은 ‘별내리는 마을’이라는 커피하우스를 열어두고 질병으로 에코존을 찾는 이들을 위로하고 상담하는 별 선생님, 성격이 좋지 않기에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 삶을 사는 이 스승들은 1천 년 전 신라시대 500년 전 조선시대, 혹은 생텍쥐페리 소설 속의 어린왕자가 아니다. 어느 시대에나 인간과 함께한 자연의 생명과 평안을 호흡하며 살아가는, 우리 시대 자랑스러운 에코 명장들이다. 참고로 에코존, 에코명장은 이곳에서 지금 에코문화를 형성하는 이들이 만든 신조어다.
미국의 작은 마을이 배경인 영화 ‘엘리자베스 타운’을 보면 결혼식장인 호텔 연회장에서 고인을 기억하는 이들이 지난 시간을 추억하며 준비한 장례기념식이 열린다. 6·25전쟁에 참전한 남편의 사진을 보며 부인은 아리랑에 맞춰 빙글빙글 춤춘다. 상여 멜 분이 없는 한국의 농촌, 우리를 기억하는 이 없는 고향. 교통통신의 발달로 더 많아진 관계에서 살지만, 단순한 소비자인지 혹은 더불어 살아오며 채운 시간인지는 생로병사의 절기, 뒤쪽 시간으로 갈수록 더 명확해지는 것 같다.
얼마나 많은 문화행사가 열리는가. 우리 시대의 자살률은 얼마나 높은가. 소비자로서 문화행사에 참여하는 방식보다는, 생명을 살리고 평안을 전하며 또한 생명의 문화를 만드는 자생적인 에코문화가 곳곳에서 형성되었으면 한다. 때로는 외롭지만 홀로 씨앗이 되어 뿌리 내리는 에코 문화의 생산자인 이들의 소중한 이야기가 이 땅에서 생로병사의 절기를 짧게 마치려는 이들에게 거름이 되어 생명력을 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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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에코존, 에코문화](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08/20150825.010250757180001i1.jpg)